시도 때도 없이 항상 애정을 갈구하며 곁에 붙어 있으려고 하는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는 혼자 있으려고 하는 성향이 있으니 별로 사람 손이 많이 가지 않을 거라고 보통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강아지와 고양이 각각 만지면 좋아하는 부위’에 대한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기도 했다. 실제로 강아지와 고양이는 스킨십을 좋아하는 부위가 다르다.
고양이는 대개 얼굴과 엉덩이 쪽은 OK다. 특히 이마 쪽이나 목덜미를 만져주면 좋아한다. 앞발, 뒷발은 좀처럼 만지게 해주지 않고 배와 꼬리는 절대 금지 부위.
집이 안전한 공간이라고 여겨질 때 애정의 표현으로 몸을 뒤집어 배를 내보이는 고양이들도 있지만, 그것이 ‘배를 만져줘’라는 뜻은 아닌 경우가 보통이다.
배 만지는 걸 마냥 좋아하는 강아지와는 다르다. 강아지는 사실… ‘어디든 다 좋아! 너무 좋아!’ 하는 반응이니.
집사 입장에서야 마냥 좋고 예뻐서 쓰담쓰담 만지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지만 잘못된 스킨십은 고양이의 심기를 자극한다.
기분이 안 좋다는 신호로 고양이는 수염을 앞으로 내밀거나, 흔히 마징가 귀라고 하는 눕힌 귀 모양을 만든다.
꼬리로 파닥파닥 바닥을 치는 것도 불편한 기분의 신호. 그럴 때 괜히 더 조물딱거리며 다가가면, 때와 장소를 못 가리고 스킨십 공세를 퍼붓다 기어이 한 대 맞는 애인 신세가 될 수 있다.
대체로 고양이가 스킨십에 까다로운 것은 맞지만 사실은 그것도 냥 by 냥, 고양이 나름인 것 같다.
사람 손이 닿는 곳마다 그루밍해서 체취를 없애려는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집사의 무릎이나 배 위에서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는 듯한 고양이들도 있다.
내 고양이의 스킨십 취향을 빨리 알아채 비위를 맞추는 것은 집사의 몫이다.
우리집 회색 고양이 아리는 보통의 코숏보다 살짝 골격 자체가 큰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무릎 위에 올라오거나 안기는 것은 질색하지만 쓰담쓰담 만져주는 것은 항상 반기는 편이다.
얼굴도, 엉덩이도, 심지어 웬만한 고양이들이 싫어한다는 배를 만져줘도 좋다고 그릉그릉 소리를 낸다.
집에서 노트북을 쓰거나 손으로 뭘 만지고 있으면 옆으로 다가와 자기한테 집중하라고 얼굴 박치기를 한다. 덩치에 안 맞게 애정표현 공세를 펼치는 애교쟁이다.
그런가 하면 진정한 밀당의 고수는 삼색 고양이 제이다. 제이는 내가 어딘가 앉아 있을 때면 꼭 내 무릎 위로 파고들어 몸을 말고 동그랗게 눕는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부드러운 갈색 털을 살며시 쓰다듬으면 어김없이 고개를 들고는 팽 하고 내 무릎 위를 떠나 버린다.
잠잘 때 내 팔베개를 하고 눕는 것이 예뻐서 얼굴을 만져주면 이내 기지개를 쭉 피고는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린다.
자꾸 내 몸에 올라와 눕는 행동이 나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것 같아 마음이 말랑말랑 기뻐지려는데, 정작 내가 안아 올리면 싫다고 ‘냐아앙’ 높은 소리를 내며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이 스킨십의 밀당을 몇 번인가 반복한 후에 나는 비로소 눈치 챘다. 이 고양이는 나를 그냥 폭신한 방석으로 생각하다는 걸….
얼굴로 내 팔을 밀어내서 꾸역꾸역 내 무릎 위로 올라와 눕는 주제에, 자기가 내 몸 위에 앉는 건 괜찮지만 내가 자기 몸을 만지는 건 싫다는 이기적인 발상은 그 작고 귀여운 머리통에서 나오는 걸까?
스킨십이라 함은 자고로, 상호 무언의 동의가 있을 때 비로소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행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기가 내킬 때만 나의 체온과 폭신한(…) 쿠션을 이용하겠다는 발상이 가끔은 얄밉기 그지없다.
하지만 제이가 내 무릎과 배 위를 원한다면야, 나는 거부할 마음이 없으니 집사는 결국 늘 스킨십의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