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7시55분쯤 경상북도 영주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여우 한 마리가 단지 안을 돌아다니다 출근길 주민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주민이 119구조대에 연락했고, 이 여우는 아파트 4층 계단에 잔뜩 겁을 먹은 채 앉아 있다가 구조되었습니다.
멸종위기 1급으로 분류되는 여우는 어쩌다 이 아파트 단지 안에서 발견된 것일까요.
발견됐을 당시 소백산에 방사된 여우 가운데 한 마리로 추정됐습니다. 확인 결과 추정이 맞았습니다.
발견되기 하루 전 여우를 관리해 온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직원들이 소백산에 방사했던 암컷 여우가 길을 잘못 들어 아파트 안으로 흘러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생물종 다양성을 제고하고 생태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종복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지리산에서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반달가슴곰입니다. 동물 중에서는 반달가슴곰과 함께 산양, 그리고 여우에 대한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우 복원사업은 지난 2012년부터 소백산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백산 일대는 소형포유류와 조류 등 여우의 먹이자원이 우수하고, 백두대간 생태축의 핵심지역으로 여우의 증식과 복원 사업 지역으로 최적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소백산은 충청북도 단양군 3개면과 경상북도 영주시 4개면, 봉화군 1개면에 걸쳐 있으니 영주 시내에서 발견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다.
한편 이 여우는 기술원에서 태어나 방사한 것이 아니라 이미 방사된 여우 사이에서 태어난 여우라는 점에서 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방사된 여우 한 쌍이 야생에서 낳은 소백산 여우 2세 중 한 마리이기 때문이죠. 복원사업이 진전을 보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기술원은 방사 뒤 개체들을 추적관리합니다. 특히 개체수 증가를 위해 여우를 회수하고 교미를 시키고 임신이 확인된 개체들은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방사하고 있습니다.
발견된 여우는 뱃속에 3마리를 품고 있습니다. 사람 세상에서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다가 길을 잘못 든 셈입니다.
2013년 9월 소백산에 방사된 여우 |
종복원기술원 측은 앞으로 3년간 매년 15마리 이상씩 방사해, 2020년까지 소백산 여우의 최소 존속개체를 50마리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사된 여우의 절반 가까이가 수렵도구와 로드킬 등으로 폐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종복원기술원은 이 여우를 다시 방사할 예정입니다. 2세대 격으로 살아남은 이 여우가 소백산의 야생에서 뿌리를 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