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게 이제 정말 겨울이 가고 봄이 오려는 모양이다. 음악 차트에도 어느새 ‘벚꽃엔딩’이 안착해 있다. 며칠 전에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아파트 단지에서 늘어지게 누워 햇볕을 쬐고 있었다. 겨울철에는 볼 수 없었던 여유로운 모습에 나도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겨울철의 두터운 옷도 벗어 던지는 산뜻한 봄 날씨에는, 묵직하거나 진한 멜로디보다 역시 팔랑팔랑 꽃잎처럼 가볍고 산뜻한 음악이 어울리는 것 같다. 봄에 들으면 좋은 달콤한 노래, 그중에서도 샤방한 봄냥이가 떠오르는 노래 두 곡을 소개해 본다.
당신은 내 타입이 아니야
- 허밍 어반 스테레오 ‘hello stranger’
지금껏 살아온 나의 세계와는 너무나 다르다는 ‘촉’이 오는데도 호기심에 오히려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게 되는 사랑이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일까? 취미는 뭔지, 음식은 뭘 좋아하는지, 즐겨 듣는 노래는 어떤 장르인지, 물음표는 쉼 없이 퐁퐁 샘솟고 당신이 점점 더 궁금해진다.
하지만 서로 달라서 끌렸던 것처럼, 바로 그 ‘다름’이 결국은 서로를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애초에 나와 마음 조각의 모양이 다른 그와 평화롭게 일상을 맞춰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의 차이, 또 남녀의 차이는 마치 강아지와 고양이처럼 근본적인 ‘종의 차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Hello Stranger’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주고받는 귀여운 곡이다. 서로가 ‘이상한’ 존재인 강아지와 고양이의 ‘썸’이 통통 튀는 귀여운 멜로디로 흐른다.
- (고양이) 내게 이러지 마세요 우린 안 돼요
그리고 당신은 내 타입이 아냐
코가 너무 길고 아무에게나 꼬릴 흔드는
남잔 난 너무 싫어요
- (강아지) 성형이라도 할까요 그러면 OK
당신의 외모만을 보고 고백한 게 아냐
사실 낮엔 당신의 눈이 조금 무서워
말을 못 걸었죠
이제 용기를 내서 당신에게 말을 걸어
나의 사랑을 받아줘
강아지의 제법 달콤한 구애에도 고양이는 넘어가지 않는다. 당신과 나는 취향이 너무 달라서 안 돼요. 하지만 실로폰 같은 그녀의 목소리에서 한 번쯤은 만나나 볼까- 하는 흥미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 (강아지) 나와 같이 MCDOG에서 치킨버거세트 어때요
- (고양이) 난 피쉬만 먹어요 정크푸드 절대 NONONONO Eat
- (강아지) 홈시어터 풀 셋 한 평짜리 My home Come on Join me
- (고양이)미안해요 난 고층건물을 선호하네요 이걸 어째
그가 너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걸음걸이가 왜 저런 거지, 왜 저렇게 아무한테나 친절할까? 만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 애정표현이 너무 쉬운 거 아냐?
하지만 실제로 강아지와 고양이처럼 표현 방식이 다르고 애초에 언어 자체가 다르다 해도, 오랫동안 함께 지내다 보면 강아지와 고양이는 서로의 ‘이상한’ 모습을 받아들이고 때론 흉내를 내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정도면 치킨버거세트를 야심차게 준비해 두고 데이트 신청을 하는 그와, 미안하지만 정크푸드는 질색인 그녀도 식사 한 끼쯤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봄날 마당의 고양이는 언제 돌아올까
- 우쿨렐레 피크닉 <작은 고양이>
우쿨렐레는 하와이의 전통 악기로 기타를 축소해놓은 것처럼 생겼지만 그야말로 휴양지를 연상시키는, 비눗방울처럼 퐁퐁 튀는 청량한 소리가 난다.
우쿨렐레 피크닉의 노래를 들을 땐 눈을 감고 해먹에 누워 모히토 한 잔 마시는 걸 상상해보면 더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 그 옆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기지개를 쭉 피다가 그대로 누워 스르르 꿈나라에 빠져들고 있다면.
‘작은 고양이’라는 노래 속 고양이는 맑은 눈과 고운 수염으로 마음을 홀딱 빼앗아 놓고는, 정작 가까이 다가가면 모르는 척 고개를 홱 돌려 버리는 앙큼하고 도도한 녀석이다.
나른하게 드러누워 물끄러미 날 바라봐
맑은 두 눈에 고운 수염은 내 마음을 흔들어놔
조심스레 다가가서 정중하게 손 내밀면 모른 척 하네 고개를 돌리네
휙 하니 가 버리네
어느 화창한 봄날에 뛰놀기 좋던 그 날에 아무 말도 없이 나가 버린 너
밤 되면 돌아올까 밥이나 먹었을까 혹시나 집을 못 찾는 건지 무척 걱정이 돼
애타는 마음 알까 조금 더 잘해 줄 걸 혹시나 나에게 미안해서 집앞을 서성일까
노래는 상냥하고 귀여운데, 가사 속 고양이가 어느 화창한 봄날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마음이 조금 초조해진다.
하지만 음표처럼 흐르는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도도도 걸어 옆 동네 산책을 다녀온 고양이가 또 별 탈 없이 돌아와 어느새 새치름하니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직도 마당에는 봄이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