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기 파주경찰서에 우울증을 앓던 20대가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실종자는 수면제를 소지하고 있었고, 죽음을 암시하는 전화 통화 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틀간 수색했지만 실종자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파주서는 대구 국가구조견센터에 내려가 교육 중이던 최영진 경위에게 연락했다.
최 경위와 함께 있는 수색탐지견 마리노이즈 '미르'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미르는 25일 수색에 들어간 지 2시간 만에 파주시 법원읍 사방산 정상 부근에서 유 씨를 발견했다. 저체온 증세는 있었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었고 119 구조헬기로 후송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28일 지난해 개청과 함께 도입된 수색탐지견들이 이번 구조건을 포함해 지금까지 약 60회에 걸쳐 현장에 출동, 실종 생존자 2명, 사망자 4명, 증거품 2건을 발견하는 실적을 올렸다면서 그간의 사례를 공개했다.
전국의 구조사례들까지 포함됐다. 경찰은 현재 경기북부청 등 11개 지방경찰청에서 17마리의 체취증거견(수색탐지견)을 운용하고 있다. 수색탐지견들은 경찰의 판단 아래 3~4개 지방청이 연합하여 실종자 수색 등 사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경기북부청이 꼽은 주요 사례를 소개한다.
지난해 6월 경기 포천경찰서 관할 지역에서 김모씨(44)씨가 귀가하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경기북부청은 5마리의 수색탐지견을 투입, 주거지에서 700m 떨어진 인근 야산 바위 밑에서 김모씨의 시신을 발견, 가족에 인계했다.
지난해 9월 경기 고양경찰서 관내에서 70대 치매노인이 나흘 동안 귀가하지 않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에 수색탐지견 투입을 결정했고, 이 노인은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2007년 3월 제주에서는 9세 여아가 실종됐다. 경찰은 이에 연인원 3만4000여명의 수색인력을 동원했지만 허탕을 쳤다. 이에 고육지책으로 수색탐지견을 투입했고, 수색탐지견을 제 역할을 다해냈다.
2014년 3월 충남 천안에 살던 여성 2명이 채무자 김모씨를 만나러 갔다가 실종됐다. 경찰은 이 가운데 실종 신고가 접수된 여성의 행적을 추적한 끝에 한 저수지에서 마지막 행적을 확인했다.
이에 200명의 수색인력을 동원했지만 찾는 데 실패하자, 수색탐지견을 투입했고 현장에서 피해자의 혈흔과 채무자 김모씨의 DNA가 묻은 목장갑을 발견해 김모씨를 살인 용의자로 체포했다.
비리 혐의에 연루돼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사체를 찾은 것도 수색견이었다. 성 전 회장은 2015년 4월 유서를 남기고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1500명의 수색 인력과 헬기 3대가 북한산 일대를 샅샅이 수색했지만 수색탐지견이 투입되고나서야 형제봉 매표소 인근에서 사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체취증거견(수색탐지견)을 꾸준히 훈련시켜 과학수사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