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후보의 공약이 논란이 됐다.
해당 공약에서는 길고양이가 살인진드기와 조류독감을 옮긴다는 등의 허위 사실과 함께, 그에 따라 길고양이을 퇴치하겠다는 주장이 담겨져 있었다.
이는 물론 동물보호법 위반이지만, 사실 길고양이에 대한 동네 민원은 곳곳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다. 사람들의 이기심은 기어코 길고양이를 멸종시켜야 속이 시원할까? 길고양이 민원, 그리고 공존 대책,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혐오는 학습된다
어린 아이들이 곤충이나 벌레를 아무렇지 않게 잡거나 만지는 행동을 하는 건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성인이 되면서 벌레를 무서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본능적으로 벌레를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벌레를 잡아왔을 때 엄마가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공포 반응을 보이면 그에 따라 ‘벌레는 무서운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어릴 때 개에게 물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커서 개를 무서워하게 되는 것도 비슷하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학습, 트라우마가 그 대상에 대한 호감이나 혐오감을 결정 짓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길고양이가 살인진드기를 옮긴다’, ‘길고양이 때문에 합선이 되고 대형 화제로 이어진다’는 등의 불분명한 정보의 유포는 그래서 더 위험하다. 근거 없는 길고양이 혐오를 유발하는 행위인 것이다.
“길고양이 잡아 가세요”는 범죄 교사
캣맘들 중에는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행위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경제적, 체력적 원인이 아니라 동네 주민들의 ‘눈치’ 때문이다. ‘자꾸 길고양이 밥은 주니 길고양이가 꼬인다’는 직접적인 불만을 표출하거나 심지어 위협을 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며, 오히려 길고양이를 없애달라는 민원을 넣는 것은 불법 소지가 있다.
동물보호법 제8조 1항과 제8조 2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살해 혹은 상해를 입히는 학대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동네 길고양이에 대해서 직접 포획, 살해하는 것은 물론, 관리소에 “길고양이 잡아 가세요”, “쥐약 놔서 잡아주세요”라고 요청하는 행위는 정당한 ‘민원’이 아니라 ‘범죄 교사’ 행위로 분류된다.
가볍게 입에 올릴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 엄한 생명을 해하는 일이며 동물보호법을 위반하는 일이라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해결책은 뭘까
길고양이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동네 주민들의 민원은 오히려 길고양이에 대한 꼼꼼한 관리 대책으로 해결될 수 있다. 각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모두 ‘길고양이 TNR과 급식소 설치 등의 꾸준한 관리가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TNR을 통해 합법적으로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으며, 급식소를 설치하면 길고양이들이 굳이 음식물 쓰레기를 뒤질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각 동네에서 길고양이들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된다.
물론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직접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길고양이를 해하지 않고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다른 생명체들을 무조건 배제, 배척하고 오로지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는 없다. 현명한 공존을 위해 힘쓰고, 또한 생명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 통용되는 세상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