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게네스>장 레옹 제롬(1824-1904)1860년,캔버스에 유화,75*99,월터 아트 뮤지엄_볼티모어 |
“디 선생님, 뭐가 그리 바쁘세요?” “대낮에 등잔불은 왜 켜고 그러세요?”
견(犬)공들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물어본다.
“별거 아니야. 사람 좀 찾아보려고.” “사람 꼴을 하고 다니는 군상들은 많은데, 참 사람은 안보여.” “등잔불을 켜고 찾아보면 혹시 있을까 해서.”
견(犬)공들은 자파의 수장인 디오게네스를 가끔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개집 같은 통에서 개처럼 빈둥빈둥 지냈다. 오줌을 개처럼 누기도 했다. 한 다리를 들고서 말이다. 그래서 견유학파(犬儒學派.cynics)로 불렸다. 견유학파는 문명사회의 제도와 관습을 무시하고,
무소유와 청빈을 실행한 철학자들을 의미한다. 디오게네스가 견유학파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견유학파(cynics), 빈정거리는(cynic)의 어원은 다 개다. 그리스어 cyon(개)가 어원이다.
“주는 밥 먹고 늘어지게 자면 되지, 왜 대낮에 등잔불을 들고 이상한 행동을 하죠.” “그 바람에 우리 멍이처럼 행동한다는 ‘시니컬하다‘는 말이 냉소적이란 의미로 쓰이게 됐잖아요.” 멍이들이 궁시렁 거린다. “왜 그래, 왈 왈.”
“조용해. 다 생각이 있으니까” “사람 어디 없나요. 사람을 찾습니다.”
디오게네스는 등잔을 들고 기어이 그림 오른쪽 뒤에 있는 광장과 시장을 누비고 다닌다. 멀쩡한 사람들을 투명인간이나 쓰레기 취급을 하면서 다닌다.
저 멀리에 신전과 요새가 있는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그리스는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독립된 도시국가로 이뤄져 있다. 아크로 폴리스와 광장(아고라)은 도시마다 있다.
“우리 멍이들이 디 선생을 이해해야 돼. 우리는 자연 그대로 아무 곳에서나 먹고 싸고 사랑하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를 흉내 내지도 못해”
“욕심 많고, 뻐기기 좋아하고, 항상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게 인간들이지. 그런 사람들이 우리를 닮도록 교육하려면 디 선생님 방식의 강한 자극이 필요해.” “디 선생은 사람들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도록 저런 행동을 하는 거야.”
멍이 들은 디 선생이 자랑스럽다. 많은 사람들은 디 선생을 버거워 했지만 디 선생을 존경한 유명한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미친 소크라테스’라고 역설적으로 디오게네스를 극찬했다.
후세의 스토아학파는 이상적인 현자라고 평가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내가 알렉산드로스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아닌 디오게네스가 됐을 것”이라고 흠모했다.
<알렉산드로스와 디오게네스)> 자크 가믈랭(Jacques Gamelin 1738-1803) 1763, 캔버스에 유화, 113*143, 카르카손 미술관 프랑스 |
디오게네스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알렉산드로스와의 만남이다. 그리스를 정벌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몸소 성문밖에 있는 디오게네스를 찾았다.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해주겠다는 대왕의 말에 “햇볕을 가리니 비켜 달라. 그것이면 족하다“라고 디오게네스는 말했다. 일어나지도 않고서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든 대왕에게 줄을 대려고 난리였다. 말과 속내와 행동이 제각각 따로 노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봐왔겠는가. 알렉산드로스대왕이 주장하는 대로 사는 ‘언행일치의 디오게네스’를 존경하니 멍이 들도 우쭐해진다.
“알렉산드로스대왕도 우리들 개처럼 행동하는 디오게네스를 존경하는 거 봤지. 인간들아 앞으로는 개 같다, 개소리, 이런 말 하지마라” “굳이 동물을 들어 비유하려면 ‘고양이 같다’, ‘고양이 소리’로 고치는 게 적당해 보여”
멍이가 좀 기고만장해 진다. 다음 회에는 냥이도 함께 나오는 그림으로 골라 양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