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카페 '구름 속의 산책'
복작이는 도시 속에서 자그마한 우리 집 하나 마련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니, 요즘은 자꾸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시골 생활을 꿈꾸게 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 더욱 그렇다.
도시에서는 현관문만 벗어나도 무슨 위험한 일이 있을지 몰라 외출냥이는 꿈도 꿀 수 없지만, 마당에서 햇볕 쬐고 나무 기둥에 스크래치하는 고양이의 삶도 꽤 멋지지 않을까?
어릴 적 놀러갔던 할머니 댁 시골집을 떠올리게 하는 강릉 ‘구름 속의 산책’ 카페에서 잠시나마 그런 일상을 상상해봤다.
강릉의 한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꽤 한참을 올라야, 세월의 손길이 자연스럽게 묻어난 오두막 같은 카페가 나타난다. 아는 사람만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은 산장 느낌의 카페다.
앞마당을 지나 조심스럽게 실내에 들어서니 흙냄새가 물씬.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화덕부터 벽에 걸린 2G 시절 휴대폰들까지, 하나하나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공간이다.
인테리어를 위해 일부로 갖춘 소품이 아니라 하나하나 사장님의 손때가 묻은 것들이라고 한다. 겨울에는 화덕에서 사장님이 직접 구워주신 군고구마를 맛볼 수도 있다.
테이블에 앉아 직접 글씨로 쓴 투박한 메뉴판을 받아보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뒷마당에서 덩치 큰 닭이 보여 화들짝 놀랐다. 닭이 노니는 정원을 천천히 눈으로 살피다 보니 햇빛을 받으며 느긋하게 걷고 있는 고양이도 보인다.
카페에서는 세 마리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키운다는 표현보다는, 이 카페와 정원 공간을 함께 나눠 쓰며 살아가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고양이들은 카페 테이블 방석 위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마당에 있는 우물가에서 물을 마시고, 나무로 된 기둥에 발톱을 긁는다.
잔디밭을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한가하게 누워 있다가도 팔랑팔랑 나비가 날아오르면 금세 사냥꾼 태세가 된다. 마당에 나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세상 걱정이 없어진다.
하얀 고양이 겨울이는 이 카페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원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마리가 있었는데 세 마리는 입양 보내고 겨울이만 남았다고.
삼색 카오스 고양이 튼실이는 처음 보는 사람이 손가락을 내밀어도 성큼 다가와 얼굴을 비빌 만큼 애교가 많다. 터줏대감 치즈 고양이는 어디선가 한창 자고 있는 모양이었다.
옛 시간이 두텁게 쌓여 머물고 있는 것 같은 이곳. 오래된 물건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카페 안에서 그 분위기를 만끽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넓은 시골집 마당에서 고양이들과 햇볕 쬐며 노닥거리는 시간이 참 좋았다. 이 고양이들의 투박한 일상, 참 근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