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야, 오늘은 네가 이집트에서 신으로 대접받던 얘길 해야 해. 네가 직접 설명하는 건 어떨까?"
"냐옹, 알았어.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뜻 알지? '뒤웅박팔자'는?"
"새옹지마는 노인이 말을 잃어 버렸는데 그놈이 좋은 말과 함께 와 행운인가 했더니, 아들이 새로 온 말을 타다 떨어져 불행이 됐지. 그런데 다치는 바람에 전쟁터에 나가지 않아 살게 됐다는 얘기잖아.
화가 복이 되고, 복이 화가 되고. 인생은 예측하기 힘들지. '뒤웅박팔자'는 입구가 좁은 박에 갇힌 팔자, 즉 여자인생은 남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고. 흐흐, 이 정도는 기본이지. 근데, 왜?"
"어 제법인데. 나 냥이가 인간들과 맺은 수 천년의 역사를 보면 '새옹지마' '뒤웅박팔자'라는 말이 실감날 거야. 나는 시대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했어. 신이 됐다가, 악마가 되고 매춘부가 됐어.
그게 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지. 어느 때 태어나느냐에 따라 양이에 대한 대접이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커. 우리 양이 책임이 아냐. 다 인간들이 지들 맘대로 우리를 평가하고 대접했기 때문이야."
"무슨 소리야. 잘 모르겠는데. 맺힌 게 많나봐."
"그래, 일단 이집트로 가지." "집사들이 나를 신으로 모시던 곳으로. 나의 천국 이집트. 따라와 봐."
"그래, 그런데 냥이는 항상 혀가 좀 짧네. 멍이들은 존댓말로 하던데."
'두 마리 고양이를 숭배하는 남자와 여자', 석비, 석회암, 높이 21.2cm, BC 1250년경, 옥스퍼드 애슈몰린 박물관. 네이버캐스트 동물로 본 서양미술사 고대미술속고양이에서 |
"봐! 누가 위에 있고, 누가 더 크게 그려졌는지. 그림 그릴 때 중요한 인물이나 사건을 가운데나 위에 크게 그리기 마련이야.
우리 냥이들이 높은 곳에 크게 그려져 있잖아. 냥이와 사람 가운데 냥이가 우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잖아.
아이구, 저 사람들 올려 보려면 목이 아프겠다. 그래도 즐거운 표정이네. 누가 여자고 누가 남자인지 알겠지. 둘 다 예쁘지만 옷차림과 몸매를 보면 남녀를 쉽게 구분할 수 있어.그리고 냥이든 사람이든 다 롱다리야."
"롱다리가 뭐야. '다리가 길다'라고 해야지. 근데, 이집트 사람들은 왜 냥이를 숭배하지?"
"그거야 내 사냥기술 덕이지. 사냥으로 새도 잡고, 뱀과 쥐도 잡고. 곡식을 훔치는 쥐를 엄청나게 잡아 줬지. 그랬더니 존경하고 숭배하더니 점점 신으로 모시더라고.
이집트는 나일강 덕에 농사가 아주 잘됐어. 곡물생산도 중요하지만 쥐로부터 곡물을 지키는 일도 아주 중요했지. 머리는 냥이 모습을 하고 몸은 사람인 소형 조상을 만들어 바스테트 여신으로 모셨어.
아래가 대표적인 바스테트 여신의 모습이야. 아예 내 모습 그대로 조상으로 만들어서 바스테트 여신으로 모신 경우도 많아. 나야 말릴 이유가 없었지."
바스테트 여신 기원전 7세기 청동 런던 영국박물관 |
"그럼 냥이는 여신으로 모셔진 거네."
"주로 여신대접을 받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태양신 '라'로 숭배 받을 때는 남자 신으로 봤지."
"그런데, 바스테트 여신이 들고 있는 것은 뭐야?"
"시스트럼이라는 악기와 이집트 십자가야. 또 발밑에는 작은 냥이들이 여럿 있지. 수호신, 다산신, 풍요의 신등 여러 가지 많은 일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지. 또 술과 풍요의 신인 그리스의 디오니소스처럼 잔치와 축제를 주관하기도 했어. 어휴, 숨차다."
"잘 나갔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어서 새옹지마라고 그래?"
"이 양반아 숨 넘어 가겠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체하니까 그 얘기는 다음에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