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좁은데 고양이 키워도 될까?
사회 초년생부터 신혼부부 등, 직접 집을 구하기 시작하면 집에 대한 고민도 다양하고 많아진다. 대학 졸업하고 자취를 시작하면서 나는 이 넓은 하늘 아래 내가 살 수 있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집사가 고른 집에서 살아야 하는 반려묘의 입장은 어떨까? 하루 종일 집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고 잠만 자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이들의 삶의 질에 대해서도 문득 고민하게 된다. 집이 좁아 심심한 건 아닐까, 외출도 하지 않는데 이 작은 공간에서 만족하면서 살 수 있는 걸까? 하는 것들이 궁금해진다.
고양이에게 필요한 공간
고양이에게도 물론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어느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만큼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동물은 아니다. 사람들이 공간을 기본적으로 수평적으로 이용한다면, 고양이는 공간을 수직적으로 느끼는 동물이라고 한다.
고양이가 높은 곳을 좋아한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들은 본능적으로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어 하는데, 야생에서 사냥을 해야 했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는 성향이 있는 것이라고 한다. 여러 마리가 함께 있을 경우 더 높은 자리를 선점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자기 몸의 5배 넘게 점프할 수 있는 고양이들은 당연히 점프해서 오르내릴 수 있는 생활공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더 넓은 집보다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면 고양이는 좁은 집이라 해도 충분히 넓은 보금자리라 느낄 수 있다.
만약 캣타워가 있는데도 잘 쓰지 않는다면, 자리를 옮겨주는 것만으로도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양이 용품은 자리만 이동해도 사용량이 달라진다. 평소 좋아하는 자리, 창밖이 보이는 자리, 햇볕이 들어오는 자리 등에 배치해 주면 좋다.
원룸에서 키우고 싶다면
작은 원룸에서도 고양이를 키울 수 있다. 고양이에게 꼭 넓은 정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 햇빛이 들어오는 곳에 잠자리를 만들어 주거나 창밖이 보이는 곳에 캣타워를 놓거나 윈도우 해먹을 달아주는 것도 고양이의 기분을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원룸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배변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냄새가 날 수 있다는 점. 동굴형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자주 청소하고, 자주 환기시키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가능하다.
더불어 잠시 자취하면서 원룸에서 살다가 본가로 들어가야 하는 경우, 부모님이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반대하거나 가족 중 누군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지 꼭 확인해봐야 한다.
대학가 원룸에서 고양이를 키우다가 방학이 되거나 졸업을 하면서 고양이를 길에 버리고 가는 경우가 아주 많다. 집에서 살던 고양이는 길에 내보내면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집보다 중요한 건 집사의 관심
고양이에게 좋은 집,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집사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하다. 아무리 넓고 높은 집이라 해도 집사가 말을 걸어주지 않고, 같이 놀아주지 않으면 고양이는 지루하고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다.
혼자서 오랫동안 심심한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지나치게 그루밍을 하거나 탈모가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사냥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에 사냥을 따라하는 놀이를 해주자. 장난감을 마치 사냥감처럼 다양하게 움직여주면 고양이의 감각도 풍성하게 반응할 수 있다.
반쯤 가려진 곳에서 흔들고, 동작을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고, 멀리 던지는 등 다양하게 놀아주는 것이 좋다. 참고로 레이저 놀이는 고양이에게 사냥감에 대한 성취감을 줄 수 없어서 금방 질리거나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 적절히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루에 단 10분, 20분이라도 꾸준히 고양이와 놀이 시간을 갖는 것이 고양이의 삶의 질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꼭 넓은 집, 비싼 캣타워가 아니더라도 좋다. 반려묘에게 필요한 건 사실 집사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제공해줄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