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수의사회 "최근 20년간 고양이 통해 톡소플라즈마 태아 감염 사례 0건"
"감염 가능성 희박..고양이가 주된 경로 아냐"
고양이를 키우는 집에서 가장 흔히 듣는 경고 중 하나가 고양이 때문에 태아를 유산할 수 있다면서 키우지 말라는 것이다.
이미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 사이에서는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주변인들은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수의사회가 지난달 30일 이에 대한 오해 풀기에 나섰다.
고양이가 유산과 관련된 것은 톡소플라즈마 때문이다. 톡소플라즈마는 여러 동물에 기생하며 사람 역시 감염될 수 있다. 고양이 몸 속에서 번식하는 습성 때문에 고양이 기생충으로 불린다.
톡소플라즈마가 태반 속까지 침투해 유산이나 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의학적으로 임산부가 감염될 경우 태아에 유산, 기형, 시력상실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사실이다. 그래서 조심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의학적 사실일 뿐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톡소플라즈마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수의사회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국내에서 임산부가 톡소플라스마 감염으로 임신태아가 감염확진된 사례는 단 2건이었다. 그나마 둘 다 원인은 고양이가 아니었다.
해외에서와 마찬가지로 톡소플라즈마의 주된 겸염 경로는 회나 육회 같은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거나 외부의 흙, 물과 접촉하고 손을 잘 씻지 않은 채로 음식을 먹을 때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25%가량이 살면서 톡소플라즈마에 걸려본 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톡소플라즈마는 건강한 이들이라면 걸렸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고 항체가 형성된다.
톡소플라즈마가 고양이뿐 아니라 여러 동물은 물론 무생물에도 일정 시간 동안 기생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보다 더 흔한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임신부가 고양이로부터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되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을 갖춰야 한다.
톡소플라스마에 한 번도 노출되지 않은 임신 초기 여성과 역시 한 번도 노출되지 않은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어야 한다. 또 고양이는 외출이 가능해야 한다.
고양이가 밖에 나가서 톡소플라스마에 걸려 돌아왔을 경우 2주 뒤부터 기생충이 변을 통해 배출되는데 그 변이 24시간 동안 방치돼야 하고, 그 변을 손으로 만진 뒤 입으로 가져가야 한다.
일상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서울시수의사회 측은 "위생관념이 지금보다 훨씬 부족했던 지난 20년간 고양이로 인한 태아 톡소플라즈마 감염이 전무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될 듯하다"며 "태아가 혹시 톡소플라즈마증에 걸릴까 염려하는 가족이 있다면 안심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이들이 톡소플라즈마에 더 노출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지난 2014년 서울대 의과대학이 진행한 연구 결과 길고양이의 접촉과 톡소플라즈마 감염 간 연관성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가 톡소플라즈마의 주된 경로가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