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느 주말 아이들과 함께‘디노 타샤 공룡 대탐험'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었다. 공룡의 멸종을 주제로 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인 디스커버리사가 만든 작품이다. 기승전결을 가진 전형적인 극의 흐름보다는 사실에 기반한 다큐멘터리적 시각에서 제작된 특징이 있다.
지구 역사에서 인류보다 훨씬 오랜 기간 동안 지구를 지배한 공룡의 대멸종 이유를 놓고 아직도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영화는 공룡의 멸종 원인을 사실상 소행성과의 충돌로 단정짓고 있다.
픽사베이 |
영화를 보면서 문뜩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인류가 공룡의 전철을 밟아서 멸종하게 되면 이 지구는 어떻게 될까하는 것이었다. 물론 공룡 이후 다른 생명들이 그 공백을 채웠듯이, 인류 멸종 이후 다른 생명들이 인류의 공백을 채울 것이다.
그러면 인류가 멸종한 후 인류의 유일한 친구인 개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많은 이들은 고양이와는 달리 개는 독립심이 없고, 사람에게 지나치게 자신의 생존을 의존하므로 사람과 같이 멸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올 법하다.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소형견 상당수 개들은 사라질 것이다. 실내에서 키우던 애완견인 몰티즈, 푸들, 요크셔 테리어 같은 개들은 인류가 멸종한 이후 독립적 생존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위에서 열거한 그런 소형 애완견이 모든 개들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개라는 생물체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적지 않은 개들은 이미 인간과는 별개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 유럽은 물론 남북 아메리카에는 들개, 야생개 등으로 불리는 개들의 숫자가 적지 않다. 이들은 인류 멸종과는 전혀 별개로 자신들의 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것이다.
그러면 인간이 멸종된 이후 먹이사슬의 최상위 계층은 누가 차지할까? 호랑이, 사자, 표범 같은 표범속에 속하는 대형 고양잇과동물들도 당연히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남아 있는 대형 고양잇과동물 숫자가 너무 작다는 점이 큰 문제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나는 먹이사슬의 최상위 계층의 자리를 현재 들개라고 사람들에게 천대 받는 존재들이 차지할 수 있다고 본다.
개의 임신기간은 2개월에 불과하고, 출산 개체수도 많다. 들개들은 이런 빠른 번식력과 뛰어난 적응력 그리고 무리 생활 본능까지 가지고 있어서 인류가 멸종한 이후 세계를 지배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들개들이 먹이사슬 최상위 구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체구가 더 커져야 할 것이며, 보다 강력한 발톱과 이빨과 턱관절을 보유해야 할 것이다. 이 또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조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가정의 출발 지점이 있다. 과연 인류는 멸종할 것인가? 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 누구도 감히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