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상 – 에베소 고고학 박물관 |
고양이는 이집트에서 *신으로 숭배 받았고, 가톨릭이 세상을 지배했던 중세후기에는 *악마 또는 창녀로 박해 받습니다.
고양이는 그냥 고양이인데, 팔자는 롤러코스트보다 부침이 심했죠. 사람들이 만든 선입관 때문입니다.
이집트에서 신으로 대접받던 고양이를 당시 노예였던 유대인들이 곱게 보지는 않았겠죠. 또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풍요와 다산의 여신 바스테트로 숭배 받던 고양이의 운명도 굴곡지기 시작합니다.
성경을 볼까요. 사도행전 19장 21절부터 41절은 지금은 터키지역인 에페소스(에베소)에서 일어난 아르테미스 신상을 둘러싼 사도바울과 신상을 만드는 장인들의 충돌이 기록돼 있습니다.
사도바울은 선교활동을 하며 아픈 사람을 치유하는 기적을 행하고 다녔습니다.
그가 “아르테미스여신상은 신이 아닌 우상에 불과하다”고 설교해 아르테미스상이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생업이 위기에 처한 장인들이 사도 바울의 집회에 몰려와 “크다 에베소 사람의 아데미여 (위대하다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여신이여)”라고 두 시간 동안 소리를 지르며 항의 했습니다.
유럽의 기독교인들이 이교도가 신으로 숭배 하던 고양이를 천하게 취급하는데 일조했겠죠.
에게해 주변에 위치한 에베소는 알렉산드로스대왕이 이룩한 헬레니즘 문명의 주요도시였습니다. 교역의 중심지로 부자 도시였지요.
에베소지역의 사람들은 아르테미스를 도시의 수호신으로 여기고 아테네여신을 모시는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보다 두 배 정도 크게 신전을 건설했습니다.
당시에 피라미드와 함께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힐 정도로 크고 아름다웠죠. 아르테미스를 사냥의 신, 다산의 신, 처녀의 신, 풍요의 신이라며 이집트의 고양이 여신 바스테트와 같은 여신으로 여겼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고양이는 반려동물로 키우면서 고양이에서 유래한 신은 별도로 대접한 것이죠. 고양이 자체를 신으로 생각한 이집트 사람들과는 차이가 나네요.
아르테미스 신상을 보면 신이 된 고양이에서 본 바스테트 여신과 유사한 느낌이 듭니다.
발 아래 동물들이 있고 여신이 서있는 모습이 같은 구조입니다. 몸에 새겨진 소와 양 같은 가축들과 주렁주렁 매달린 젖가슴은 다산과 풍요를 기원합니다.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각종 가축을 조각해 놓은 것은 동물을 신으로 숭배한 이집트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니오베 자식들의 죽음' 요한 코닉(Johann Konig, 1586~1642) 17세기 중반 - 개인소장품. 캔버스에 유화 87cm x 79.5cm |
그리스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에도 아르테미스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림 가운데 구름위에서 활을 쏘는 여인이 아르테미스입니다.
왼쪽에 활을 든 이가 태양신 아폴론입니다. 쌍둥이 오빠입니다. 아르테미스(로마신화서 디아나)가 달의 여신인 이유를 알겠죠. 아르테미스가 고양이 여신이지만 그리스 로마신화의 그림을 보면 인간의 모습을 한 신(神)은 남고 고양이는 사라집니다.
신조차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의 품성을 그대로 갖춘 그리스의 특성 때문입니다.
그림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자신들의 어머니 레토를 조롱한 테베 니오베 왕비의 일곱 아들과 일곱 딸들을 죽이는 장면입니다.
니오베가 “열 네 명의 자식을 낳고 키운 내가 두 명의 자식만 있는 레토보다 훌륭하다”고 자랑했다가 응징 당하는 장면입니다. 자식 자랑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네요.
이제 신이었던 고양이에 대한 존경은 사라집니다. 이교도의 존경을 받는 신은 박해의 대상이 됩니다.
선동가들에 의해 악마와 동일시 될 시간이 다가옵니다.
오빠와 같은 태중에 있었던 디아나(아르테미스)를 '성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나타납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고양이를 악마로 보고 창녀로 보는 시각에 힘을 더해주게 됩니다. 역사와 문화는 생명력이 참 질깁니다.
에우리스테우스에게 케르베로스를 가져온 헤라클레스, 점토, 기원전 520 - 루브르 박물관 |
이집트에서 신으로 대접받던 멍이는 그리스에서는 지옥문을 지키는 수문장이 됩니다. 머리가 세 개인 개 케르베로스는 하데스(지하세계, 지하세계의 왕)을 지키는 수문장입니다.
산자가 하데스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죽은 이가 지상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일을 합니다. 도자기에서는 사자의 탈을 쓴 헤라클레스에게 잡혀서 지상세계로 끌려 나온 모습입니다.
죽은 아내를 찾아 온 오르페우스의 하프연주를 듣고 오르페우스를 지하세계로 들여 보내주기도 합니다. 지옥의 수문장치고는 맡은 임무를 자주 실패하는 편입니다. 좀 멍한 수문장이랄까요.
이집트에서 미라를 만들던 신 *아누비스 기억나시죠. 이집트에서는 사후세계를 책임지던 멍이가 그리스에서는 사후세계의 수문장으로 변신했군요.
옛 것을 모방하고, 배우고, 발전시키고, 변형시키고. 멍이와 고양이도 이런 과정을 거쳐 인간의 삶속으로 들어왔네요.
*연재 올랭피아와 우르비노의 비너스, 그림 속 냥이와 멍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