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살던 길고양이 르네가 지난달 29일 별이 됐다.
르네 사진을 올려 달라는 요청에 생전 사진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생전 르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길고양이, 누군가에는 공존해야할 대상이며, 누군가에겐 안타까운 존재들이고, 누군가에는 귀찮기만 하며, 또 누군가에게는 퇴치의 대상이다.
르네는 어떤 고양이였을까.
지난해 말 서울대 수의대생 김민기씨는 SNS에 프로젝트 하나를 제안했다.
학생들 사이에 알려져 이름까지 얻은 르네와 르네의 친구들을 위한 집을 지어주자는 것이었다.
대냥이 프로젝트다. '대냥이'는 대학교 고양이의 줄임말이다.
르네는 대략 2012년 관악캠퍼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느 길고양이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환영을 받던 존재는 아니었다.
경관을 해치고, 가끔은 사람을 놀래키며, 또 위생상 문제 역시 거론되면서 좋은 대우를 받기 힘든 길고양이에 불과했다.
국내 최고 지성들이 모인 서울대라도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예를 들면 서울대 동물병원은 특이하게도 별도의 출입문을 갖고 있다. 혜택일까?
결코 아니다. 처음 동물병원이 들어올 때 학내 반발은 매우 거셌다. 캠퍼스 안에 개를 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별도의 통로를 내고, 그 통로로만 다닐 수 있었다.
한 때 수의과대학에서 다른 단과 대학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을 넘어야 했다는 전설 아닌 전설도 갖고 있다.
김민기씨는 처음에는 르네가 몇차례 추운 겨울을 나는 것을 보고 좀 따뜻한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없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커다란 캠퍼스안에서 젊은 사람들과 꿈틀대는 생명체가 같이 살아 숨쉴 수 있다는 사실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조형물이 좋겠다는 생각까지 미쳤다. '공존의 공간'이라는 인식까지 심어주는 데 조형물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번을 '과연 학교측이 허락해 주겠어?'하는 생각에 마음 속에만 담아 줬다.
그러다 지난해 탄핵 정국에서 시민의 힘을 느끼고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자신감을 얻은 것이었다.
그렇게 철골 구조의 '르네상스' 설계도가 나오고 SNS 상에서는 제작 자금 마련에 나섰다.
르네상스와 고양이들 |
올 2월초 르네를 포함해 6, 7마리의 학교 냥이들이 거처할 수 있는 르네상스가 완성됐다.
혹시 모를 민원을 위해 르네상스 주변을 정리하고 밥을 줄 자원봉사자들도 뽑았다. 서울대 동물병원은 수의 지원에 나서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르네와 친구들이 거처하는 르네상스는 외면받아온 길고양이를 포용하는 서울대의 상징이 됐다.
김민기씨는 "르네 덕분에 르네상스를 완성할 수 있었고, 르네상스로 인해 서울대학교가 작은 생명체들을 감싸안아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