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창문과 외벽 사이에 있는 아기고양이 3마리. |
지난 13일 오후 옷방에 물건을 가지러 갔던 소희씨. "헉, 저게 뭐야"하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왔다.
멀리서는 까만 덩어리. 가까이 가서 보니 창문과 외벽 틈 사이에 아기고양이 3마리가 끼어 있었다.
여긴 어떻게 들어왔지. |
처음엔 잠만 자던 녀석들이 시간이 좀 지나니 눈을 뜨고 소희씨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도 했다. 어떻게 여기에 이 아이들이 있는걸까.
평소 집을 오가며 근처에 사는 고양이를 돌봐왔던 소희씨. 어미 고양이가 사람의 손길을 피해 찾다찾다 이 곳에 숨겨놓고 간 것으로 생각했다.
대체 왜 여기에? |
이 녀석들을 무턱대고 구조할 수는 없는 노릇.
일단 방에서 나는 사람 냄새 때문에 어미가 새끼들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열려 있던 다른쪽 창문을 닫았다. 고양이들이 있는 창문을 열 경우 쏟아져 들어올 수도 있어 그쪽 창문은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할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머리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며 어디든 들어간다는 고양이. 지금은 괜찮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덩치가 커질텐데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앞섰다.
한 마리 불어나 네 마리! |
그래도 일단 두고보기로 했다. 다음날 퇴근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해봤다. 새끼고양이는 한 마리가 더 늘어 네 마리가 되어 있었다. 어미고양이가 아주 만족했던 모양(?)이다.
'날 키워라, 인간!' '날 키워라, 인간!' '날 키워라, 인간!'...새끼고양이 네 마리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이 말이 계속 귓가에서 맴돌았다. 당장이라도 쓰담쓰담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렇게 사흘밤을 보낸 16일 아침. 소희씨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 소희씨의 손장난에 아기고양이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목이 메일까 물을 줘봤는데 너무나 비좁았다.
고양이들을 꺼내 집앞에서 따뜻한 한 끼를 대접했다. 이 고양이들을 주변에 풀어 주면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소희씨가 평소 챙겨왔던 고양이. 아빠고양이다. |
새끼고양이들의 부모가 소희씨가 평소 챙겨 왔던 고양이들이었던 것이다. 고양이들을 꺼내 놨을때 똑닮은 암컷고양이와 흑백 고양이 수컷을 주변을 철통 경비하고 있었다.
소희씨는 "엄마 고양이는 아주 까칠한 녀석이었고, 아빠 고양이가 알고 지낸 흑백고양이일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 새끼고양이들과 함께 오는 녀석들을 볼 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