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거대한 세계를 짊어진 채 나지막한 걸음으로 터덜터덜 걷는다. 그들이 머물고 있는 세계는 우리들이 해독할 수 없는 암호 같다.
이름도 붙어 있지 않은 행성처럼 가로등 아래마다 세계 하나가 떠돌다 스쳐가고, 또 다른 세계가 다가와 머물다 간다.
그들의 세계는 다소 단단한 것도 있고 개중에는 말랑말랑하게 움직이는 것도 있지만 서로 부딪쳤을 때는 모두 겹치지 않고 튕겨져 나온다.
그러는 와중에 자신도 모르게 넘어져 어리둥절한 채 주변을 둘러보는 이들도 내게는 종종 보였다.
해 저문 골목길이 내게는 거대한 우주와 같아서, 행성들이 충돌해 어느 하나쯤 부서지지 않을까 언제나 아슬아슬하다.
그들이 모두 안락한 침대 위에 안착할 수 있을지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곁눈질하다가, 때로는 그들에게 다가갈까 망설이고는 이내 그만두기로 한다.
그들이 짊어진 세계는 그렇게 홀로 외로울 수밖에 없도록 빚어져 있으므로. 다만 그들의 묵직한 괴로움도 오늘 밤 안녕히 잠들기를 바란다.
부서진 행성의 파편이 굴러다니면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를 것 같아서.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