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의심 징후를 나타내 격리 조치된 사람들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초기 대응에 실패한 보건 당국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메르스의 주요 감염원으로 지목된 사막의 배 '낙타'도 눈총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사람이 예기치 못한 일을 당할 때가 종종 있듯이, 동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생을 고행 속에서 살아가는 낙타도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만약 낙타가 세상사를 이해한다면 눈물을 쏟아 내거나, 절규의 울부짖음을 토해 낼 것이다.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낙타는 비운의 동물이다. 낙타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오로지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다. 문학작품에서도 비참한 인간의 삶을 묘사할 때 비유되곤 한다.
낙타의 삶을 들여다보자.
전 세계 사막지역에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 낙타는 지역마다 활용방법은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대개는 짐을 나르거나, 사람을 태우는 운송의 역할이 거의 절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낙타는 우선 영리하고 순종적이다. 그 어느 동물도 해낼 수 없는 사막의 뜨거운 모래바람과 태양의 열기를 견뎌내며, 한 번에 최대 0.5톤의 짐을 나를 수 있다니 인간에게는 얼마나 유용한가.
뿐만 아니라, 낙타의 젖은 영양을 공급해주는 음료수로, 고기는 식용으로, 털은 직물로 활용된다. 관광객들을 위한 이색체험 서비스나, 배경사진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중동지역에선 낙타경주가 인기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사실 스포츠 보다는 도박에 가까운 부호들의 놀이에도 낙타는 애쓰고 있다.
중국 근대문학의 대표작가인 라오서(老舍, 1899~1966)는 그의 대표작 ‘낙타상자(駱駝祥子)’를 통해 주인공 시앙즈(祥子)의 힘겹고, 비참한 삶을 낙타에 비유했다.
낙타가 평생을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사막을 걸어야하는 것처럼 인력거꾼으로 살아가는 시앙즈의 비참함도 마찬가지란 내용이다. 물론 이 소설은 한 인간의 삶을 통해 1920년대 중국 지배계층의 잔혹한 수탈과 그로 인한 소시민의 참상을 그려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낙타는 한동안 메르스로 인해 순박한 이미지에 커다란 손상을 입게 됐다. 당분간 사람들이 멀리할 터이니 말이다. 실제 국내 일부 동물원에선 불안감을 느끼는 관람객을 위해 낙타를 내실로 옮겨 접촉을 차단했다는 소식이다.
필자가 7~8년 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제다 인근의 한 마을에서 만났던 낙타의 울음소리에선 애절함이 짙게 배어 있던 것으로 기억된다. 조병화 시인은 낙타의 울음소리에 대해, 서글픔의 정도를 넘어서 '저주의 절규'였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내던지는 낙타, 이제는 메르스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마저 받고 있다. 낙타는 목이 길어서, 등에 혹을 짊어져서 슬픈 게 아니라 그저 낙타라서 한동안 아픈 세월을 겪어야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