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캡처 화면] |
반려견이 119 안전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주인의 생명을 구하도록 훈련시킬 수 있게 됐다고 미국 CNN 방송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년 전 멜로디 잭슨의 할머니 엘레노어는 주방에서 쓰러졌다. 당시 90대였던 할머니는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소리가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았다. 할머니는 스스로 일어나려고 해봤지만, 힘이 없어서 일어설 수 없었다.
엘레노어는 주방에 누워서, 누군가 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가족은 그 사건 이후 엘레노어에게 구조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목걸이를 선물했지만, 할머니는 그 목걸이를 싫어했다. 할머니에게 필요한 것은 목걸이가 아니라 반려견이었다.
조지아공과대학교 동물-컴퓨터 상호작용 연구소의 책임자인 멜로디 잭슨 부교수는 만약 할머니가 반려견을 키웠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아공대 연구진은 파이도(FIDO)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반려견이 터치스크린으로 구조 전화를 하도록 훈련하는 법을 개발해, 반려견을 응급의료경보견으로 변신시켰다.
주인이 쓰러졌거나 신고 전화를 하라고 명령하면, 반려견이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가서, 대형 숫자 아이콘을 코로 눌러서, 신고 전화를 하도록 훈련할 수 있다고 잭슨 부교수는 설명했다. 서비스견뿐만 아니라 반려견도 쉽게 훈련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개 조련사이기도 한 잭슨 부교수는 “반려견이 터치스크린으로 가서, 터치스크린에 있는 아이콘들을 눌러서 911(한국의 119)에 당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다”며 “말 그대로 우리는 이것이 삶을 바꾸고,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잭슨 부교수는 조지아공대 연구진이 몇 년 전에 서비스견과 사역견이 조련사에게 전할 필요가 있는 정보를 많이 가졌다는 것을 깨닫고, 응급의료 경보견 훈련과 터치스크린 개발에 뛰어들었다.
뇌전증 같은 지병이 있는 환자거나 폭발물을 다루는 군대에서 복무하는 군인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멜로디 잭슨 조지아공대 부교수와 실험견들 [출처: 조지아공대 홈페이지] |
연구팀은 잭슨 부교수의 보더콜리 반려견 ‘스카이’와 다른 개들에게 TV 크기의 터치스크린을 주고, “도와줘”란 지시를 받으면 코로 번호 3개를 누르도록 조련했다. 번호는 주치의, 가족, 119 안전신고센터 등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적록색맹에 가까운 개가 구별할 수 있도록, 번호 아이콘의 색은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제한했다. 개가 실수로 같은 번호를 2~3번 누를 가능성에 대비해서, 번호 아이콘 하나당 한 번밖에 눌릴 수 없도록 설정했다.
기술설계를 담당하는 클린트 지글러 조지아공대 연구원은 “번호 단추 크기를 어느 정도로 만들지, 단추 색깔을 무엇으로 할지, 개를 위해 사용할 하드웨어를 무엇으로 정할지 등에 대해 사람을 위한 것은 알지만 개를 위한 것은 이제 막 파악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조지아공대 연구진은 터치스크린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기술을 이용한 반려견 조끼도 개발 중이다. 조끼 안에 센서를 내장한 장난감과 밧줄을 넣어놓고, 반려견이 주인의 명령에 따라서 장난감을 물거나 밧줄을 잡아당겨서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구조를 요청한다.
가야할 길은 아직 남아있다. 잭슨 부교수는 “우리는 이 기술을 더 견고하게 만들고, 배터리가 더 오래 지속하고, 잘못 작동해서 실수로 신고 전화를 하지 않도록 연구 중”이라며 “실험견들도 이 작업을 사랑하고, 우리도 이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