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의대·해군 의료진의 섬마을 수의·의료 합동봉사기
2015년 이후 3년째..올해 덕적도서 주민·반려동물 진료
지난달 27일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배로 1시간20분 걸리는 덕적도에 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의진들이 나타났다.
해군 의료진과 특별한 합동 봉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해군 의료진은 주민들을 진료하고, 수의사들은 주민들이 키우는 개와 길고양이들의 상태를 살폈다.
통상의 도서 벽지 지역 의료봉사는 주민들 대상으로만 이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울대 수의과대학은 몇해 전부터 해군과 협약을 맺고, 사람 뿐 아니라 동물들도 진료하기 위해 나섰다.
2015년 흑산도, 지난해 울릉도에 이어 올해로 세번째 합동 의료·수의 봉사였다.
덕적도는 주민 1500명 가량에 해군도 주둔하고 있는 관광 및 군사 요충지다. 규모는 꽤 크지만 섬 안에는 보건소만 있을 뿐이고, 섬 안 동물들은 인천에서 오가는 공중방역수의사가 담당한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주민들은 길고양이 문제 때문에 머리가 아파지려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하다보니 바다에서 잡아 올린 생선을 몰래 가져가기도 하고, 번식은 통제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고양이가 사라지면 쥐를 들끓을까봐 늘어가는 고양이를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서강문 교수와 이인형 교수,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장, 재학생 총 20여명 규모로 구성된 수의진은 2박3일간 총 184마리의 반려동물에 대해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염소와 닭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상담도 진행했다.
특히 길고양이 25마리에 대해 중성화 수술을 실시했다. 섬 지역 수의 봉사로는 매우 드문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이었다.
수의진들이 동물들을 보는 사이 해군 본부소속 군의관들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내과, 정형외과, 통증과, 피부과 등의 무료진료를 실시했다.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이번 봉사를 통해 학생들에게는 생명 사랑를 실천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이 되었고, 사회적 약자인 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수의사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고양이 전문가로서 초청을 받은 김재영 회장은 "의료 취약 지역의 주민과 동물을 위해 의료계와 수의계가 함께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섬지역일 수록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관리되지 않은 길고양이는 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에서 섬 지역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