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라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나는 늘 고양이들과 함께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단 제이가 옆으로 달려온다. 잘 때는 제이도 옆에서 자는데, 내가 잠이 깨면 귀신 같이 알아보고 내 눈 앞에 얼굴을 들이민다.
‘야아아옹. 냐아아오오옹.’ 일어났으면 꾸물거리지 말고 밥을 달라는 것이다. 바로 몸을 일으키기 싫은 나는 제이를 보며 한숨을 푹 쉰다.
“그냥 밥 먹으면 안 돼?”
나는 알고 있다. 거실에 있는 고양이 밥그릇에는 이미 사료가 듬뿍 담겨 있다는 걸. 내가 일어나기 불과 30여 분 전에, 신랑이 출근하면서 밥을 주고 가기 때문이다.
분명 그때도 밥을 먹긴 먹는 모양인데, 조금 깔짝거리다가 마는 듯하다. 그리고는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다가 옆에서 야옹야옹 운다.
나는 할 수 없이 몸을 일으켜 거실로 향하고, 제이는 쏜살같이 내 뒤를 따라온다. 그럼 내가 밥그릇 바로 앞으로 가서 손가락을 뻗어 가리킨다.
“이거 봐. 밥 있잖아.”
그리고 그제야 제이는 밥을 먹기 시작한다. 즉, 내가 밥그릇 앞까지 모셔 와야 그때부터 식사를 시작하시는 것이다. 참 기가 막힌 습관이 아닐 수 없다.
결혼하고 나서는 신랑이 나보다 일찍 일어나서 그때 고양이들 밥을 주는데, 결혼 전에는 물론 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밥을 줬다.
결혼 전보다 결혼 후에 함께 지낸 시간이 더 긴데, 아직도 제이 머릿속에는 내가 ‘아침 주는 집사’로 각인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저녁 시간, 신랑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또 사정이 달라진다.
내가 제이, 아리와 살다가 결혼하고 신랑이 합류했을 때 그는 고양이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다며 간식 담당을 자처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낮에는 따로 간식을 주지 않았고, 신랑이 퇴근하고 와서 간단한 간식을 손으로 주곤 했다.
사실 매일 준 것도 아니고, 결혼 초반에 한두 달 정도 그랬을 뿐인데… 신랑이 퇴근하면 제일 먼저 제이가 현관 앞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의 동선을 따라 꼬리를 바짝 세우고 쫄랑쫄랑 따라 다닌다. 잘못 걸으면 밟히겠다 싶을 만큼 착 붙어서 말이다.
물론 시끄럽게 요구사항을 주장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야아아옹! 냐야야야야야옹!’ 언제까지 우냐고? 줄 때까지다.
하루 종일 함께 있는 나에게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간식을 조르지 않는 편인데, 꼭 그에게만 간식을 달라고 조르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고양이들은 집사가 외출하고 오면 사냥을 하고 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외출 후 간식을 주면 사냥에 성공했다는 뜻.
어쩌면 남편은 제이의 머릿속에 능력 있는 사냥꾼 집사로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뭐, 어쨌거나 괜찮은 이미지 정립에는 성공한 셈이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