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외롭냐고 네게 묻는 게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일찌감치 깨달았다.
너는 이미 그것이 온전히 혼자만의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부질없이 외로움을 나누기 위한 노력으로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고 밤늦게까지 퍼트린 웃음소리로 외로움을 달랜다. 그러나 외로움은 마찰할지언정 섞이거나 증발하지 않는다.
나는 너의 외로움을 들여다보고 싶지만, 그것은 투명하지 않다. 나누어 들어도 가벼워지지 않는다. 그저 조금은 부드러워지고, 약간 말랑말랑해질 뿐이다.
무게는 줄어들지 않지만, 밀도가 조금 옅어지고 흐물흐물해지는 너의 그것을 나는 손가락으로 꾹 눌러 자국을 내본다.
너는 못 본 척 몸을 슬쩍 뒤척인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