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내가 떠났다는 사실을 너는 한동안 눈치 채지 못할지도 모른다.
해는 반 넘게 저물었고, 바람은 미적지근했으며, 나는 하던 이야기를 멈춘 다음 뒷이야기는 영영 꺼내지 않았다.
이건 내가 애초에 예상했던 이야기, 혹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 어느 쪽이었을까.
결국에는 마지막 책장을 덮은 손끝의 까끌한 촉감만이 선명했다.
첫 문장은 이미 잊어버렸다.
다음 이야기는 궁금하지 않았다.
박은지 <흔들리지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