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보면 모르는 개가 졸졸 따라오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개가 뻔뻔스럽게도 처음 보는 사람의 바지에 코를 들이 밀고 냄새를 맡으려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사람이 그런 식의 행동을 하면 당장 뺨을 맞을 일이다.
그런데 개들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개는 그 낯선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그 개는 낯선 사람에게 묻어 있는 다른 개의 냄새를 느끼고 싶었고 그 개와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개들은 어떻게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자기 의견을 표현할까? 가까운 거리에 서로 있으면 얼굴과 몸짓을 보며 의사 표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론 컹컹 짖기도 하고, 꼬리를 흔들기도 할 것이며, 목청을 가다듬고 으르렁 거릴 수도 있다. 이렇게 개는 소리와 신체 일부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개들이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같은 공간에 있지 않다면 어떻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을까? 개는 사람과는 달리 후각을 이용하여 충분히 자신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성적으로 성숙한 수캐들은 소변이 마렵지 않아도 다리를 들고 자기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소변을 보고 다닌다. 자세히 설명하면 아무데나 소변을 지리고 다닌다. 그런데 수캐의 오줌 지린 곳에 암캐도 역시 오줌을 지리면서 응답하기도 한다.
이렇게 개들은 소변을 통해 주변 개들에게 자신의 성별, 나이, 현재 성적인 성숙 상태, 기분 등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다. 이런 오줌은 다른 개들에게 남기는 일종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도 같은 의미를 가진다.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개들이 본 소변에 스토리를 입혀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여기는 내 영역이다. 나는 3살이며 힘도 세고 덩치도 큰 수컷이다. 이곳에서 활동하고 싶은 녀석이 있으면 내 허락을 맡아야 한다. 그리고 예쁜 아가씨들은 오줌을 남겨 연락해주기 바란다."
ⓒ캉스독스 개들은 오줌을 통해 영역 표시와 함께 의사소통을 한다. |
개가 오줌을 싼 곳을 유심히 살펴보면 한 마리의 개가 아닌 여러 마리의 개들이 소변을 보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떤 개가 소변을 보면 그 위에 다른 개, 또 다른 개들이 계속 소변을 본다는 것이다.
아마 무한 반복될 수도 있다. 이는 개들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배설영역으로 즉 ‘오줌밭’으로 인정되면 향후 그곳은 계속 개들의 사교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물론 그 장소 인근 주민들은 부담스럽겠지만.
이렇게 보면 개들은 오줌으로 연락하고 또 연락하는 것이다. 즉, 내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오면 답장을 보내고, 다시 그 답장에 대한 답장이 오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또 한 번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
아메리칸 코커 스파니엘 수컷이 "여기는 내 땅. 아가씨들 연락요망"이라는 오줌을 뿌리면 잠시후 지나가는 푸들 암컷이 "우리 언제 한 번 봐요"하고 응답을 한다.
잠시후 같은 길을 지나가던 미니어처 슈나우저 수컷은 다시 그 위에 오줌을 갈기며 "푸들 아가씨, 여기 주인은 나니까 코커 스파니엘 수컷 만나지 말고 나하고 봅시다."하고 경고성 문자를 날리며 푸들을 유혹한다.
개들이 사용하는 오줌을 통한 영역표시와 의사소통 방법은 공짜로 무한 재생이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 만든 최첨단 스마트폰보다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하려면 연필이나 종이 같은 간단한 준비물이 필요하지만 개들은 그런 것도 필요 없다. 그냥 자기 몸에 붙은 배설기관만 활용하면 된다. 정말 간단하지 않은가? 그리고 경제적이면서 과학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