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러움
동물적인 본능으로만 살아가는 듯한 아이가 가끔씩 인간의 흉내(?)를 낼 때면 깜짝 놀라게 된다.
대화에 서툴고 살뜰한 성격도 못되는 나를 무미건조하다고 불평하던 아내도 아이가 집안의 화젯거리를 만들면서 바가지를 덜 긁는다.
아이를 구경하고, 안아주고, 놀리고, 야단치고 하느라고 나한테 신경 쓸 틈이 없는 상태인 거다.
덕분에 편해졌다고 생각하는 나는 역시 멋없는 인간인가 보다.
아이가 미각을 알게 되면서 아내와 난 녀석과 뽀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터득했다.
고소하고 딱딱한 음식을 잘게 씹어 녀석을 유혹하는 것이다. 땅콩이 제격.
둘이서 번갈아 땅콩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기 바쁘다.
아이는 마치 제비처럼 이쪽저쪽 받아먹느라고 정신없는데 가끔 땅콩 없이 입을 내밀면 속아서 살며시 입안까지 혀를 내밀어 오기도 한다.
그렇게 허탕치고 나면 놀리며 웃고 있는 우리를 보며 쑥스럽게 따라 웃는 거다.
하지만 제비나 붕어와는 달리 역시 인간의 아이라 그런지 몇 번 속으면 입을 갖다 대지 않는 높은 지능(?)을 과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