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졌다. 가끔은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거리기도 하는데, 나와는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겁이 덜컥 난다. 사람보다 소리를 잘 듣는 고양이들은 어떨까?
고양이들마다 반응의 정도는 다르지만 천둥이 치면 놀라서 긴장하거나 구석으로 숨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갑작스레 큰 소리가 들리니 소리에 민감한 고양이들로서는 놀라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고양이들은 사람보다 기후 변화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천둥에 놀라 떨거나 숨는 고양이들을 위해 집사가 해줄 수 있는 처방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가장 기본적으로 소리를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창문을 꼭꼭 닫고 커튼을 쳐서 그나마 소리가 작게 들릴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고, 대신 실내에 다른 소리를 틀어두는 것이 좋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 두거나, TV나 라디오 소리를 틀어놓아 다른 소리에 신경이 분산될 수 있도록 해보자.
집사가 쓰다듬거나 안아주어서 마음이 안정되는 고양이들도 있지만, 오히려 스킨십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땐 혼자서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다. 고양이용 하우스나 박스에 들어가도록 하고, 억지로 꺼내지 않도록 하자.
일부러 숨어 있는 고양이를 꺼내서 안아줄 필요는 없지만, 평소에 좋아하는 놀이로 관심을 끄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집사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고양이 역시 천둥소리에 더욱 불안하게 반응하기 쉽다.
천둥소리가 나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불꽃놀이 등의 폭죽 소리가 날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순하고 사람과 잘 어울리는 고양이라 하더라도, 화들짝 놀라는 순간에는 자기도 모르게 돌발 행동을 할 수가 있다.
열린 문으로 집을 나가거나 심지어 창문으로 뛰어 내릴 수도 있기에 평소 방묘창 등을 설치해 두고 늘 방심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길고양이에게도 장마철은 참 힘든 기간이다. 비를 피하기 위해 차 아래나 지하주차장 등으로 숨어들지만 체온을 유지하기도, 먹을 것을 구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럴 때 사료를 바닥에 주면 다 젖고 벌레가 쉽게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고양이가 물고 가서 먹을 수 있도록 봉지에 사료를 넣어 묶은 일명 ‘봉지밥’을 주는 것이 좋다. 물론 여건이 허락된다면 가장 좋은 것은 고양이가 비를 피하고 밥도 먹을 수 있는, 지붕 있는 급식소+쉼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장마를 막을 수는 없지만, 사람도 동물도 건강하게 이겨내기 위해서는 먹는 것이나 생활환경 등에 평소보다는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