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월드의 범고래들. [ 출처: 미국 씨월드 홈페이지 ] |
미국 해양테마공원 씨월드가 범고래 쇼와 사육을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6년간 이어진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미국 시민사회와 동물보호단체가 6년간 싸운 끝에 기념비적 항복을 얻어냈다.
조엘 맨비 씨월드 회장은 최근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를 통해 현재 사육하고 있는 범고래를 마지막으로 범고래 사육을 포기하고, 범고래 쇼를 순차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맨비 회장은 지난 17일 “범고래에 대한 사회의 이해가 극적으로 변화하면서, 씨월드도 함께 변화하는 중”이라며 “씨월드가 돌보고 있는 범고래를 마지막 세대로 만들고, 관람객이 이 아름다운 동물과 만나는 방식을 바꿔서, 우리 공원을 방문한 관람객에게 중요한 경험을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고래 쇼도 중단하고, ‘범고래와의 만남’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범고래가 묘기를 부리도록 강제하지 않고, 범고래가 자연스럽게 헤엄치는 모습을 관람하도록 하겠단 생각이다.
이 만남도 오는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내년 플로리다주 샌디에고를 시작으로, 2018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2019년 플로리다주 올랜도 순으로 사라진다.
이에 대해 다큐멘터리 ‘블랙피쉬’를 만든 가브리엘라 코퍼스웨이트 감독은 NPR 라디오방송을 통해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12년 씨월드 조련사를 그만두고 동물보호활동가로 변신한 존 하그로브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4년 전 내가 말했던 대로 (씨월드에 포획된) 범고래가 마지막 세대가 되길 원했다”며 “현재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다만 남은 범고래들이 여생을 씨월드에 혀지내야 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씨월드는 40년간 범고래를 포획하지 않았고, 현재 사육하고 있는 범고래는 씨월드에서 태어나 자란 범고래들이다. 시민단체는 보유한 범고래도 풀어주도록 고삐를 당길 계획이다.
지난 2010년 플로리다주 올랜도 씨월드에서 범고래 ‘틸리컴’이 관람객 앞에서 조련사 돈 브란쇼를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동물보호단체가 씨월드와 대립하기 시작했다. 갇혀 살던 범고래가 공격성을 보여 벌어진 비극이다.
3년 뒤 이 사건을 다룬 CNN 다큐멘터리 ‘블랙피쉬’가 사회적 논란을 촉발했다. 동물보호단체가 범고래쇼 관람을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고, 관람객수가 갈수록 줄었다. 비치 보이스, 윌리 넬슨 등 유명 가수들도 이에 동참해, 지난 2014년 씨월드 콘서트를 취소했다.
씨월드는 동물보호단체에 직원을 잠입시키는가 하면 동물보호활동가를 미행하고, 고래 사육을 금지한 캘리포니아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해왔다. 다른 한편 범고래 사육 환경 개선을 약속하는 등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왔다.
특히 태어난 지 35년 된 틸리컴이 폐질환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으로 지난주에 알려지면서, 비난이 거세지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범고래는 야생에선 100년까지도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