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추석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위풍당당한 저먼 포인터의 사진 여러 장이 먼저 오고 맨 나중에 "잘 있는거 보내 드려요^^" 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저장되지 않아서, 그래서 이름을 알 수 없는 번호였지만 사진을 보니 기억이 났다.
지난 7월20일 우리 청주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 입양 간 저먼 포인터였다.
센터에서 일하면서 행복한 순간은 이처럼 데려간 녀석이 잘 지내고 있다는 문자와 사진을 보내줄 때다.
사실 개를 입양해 가면서 다짐에 다짐을 받고, 정기적으로 잘 있는지 소식을 알려달라고 부탁을 드리지만 그렇게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새주인이 개를 잘 키우지 못해서가 아니다. 바쁘게 살다보니 귀찮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잊은 것일 듯싶다.
한두번 연락을 안하다보면 나중엔 쑥스러워서도 더욱 연락을 안하게 된다.
어쨌거나 잊지 않고 이렇게 소식을 보내 주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게다가 사진 속에서 개가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 녀석은 지난 봄 우리 보호소에 들어왔다. 2014년생으로 다 큰 녀석인데 깡말라서 몸무게는 7킬로그램이 될까말까했다.
저먼 포인터는 다 크면 30킬로그램 안팎의 몸무게가 나간다.
아마 꽤나 오랜 시간 바깥을 헤매고 다녔거나 주인으로부터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한 듯했다.
공고기간인 10일이 그냥 흘렀다. 새주인을 찾아야 했지만 대형견인 탓에 주인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4개월이 지나서야 현재의 주인을 맞게 됐다. 새주인을 맞은지 세 달이 안됐지만 이 녀석은 저먼 포인터의 매력을 한껏 폼내고 있다.
지난 3월20일 센터에 들어왔을때의 모습 |
몸무게는 20킬로그램 중반이 넘어가 성견 저먼 포인터의 몸무게를 거의 회복했고, 한눈에 봐도 품격이 넘쳐난다.
새주인을 찾은 것도 찾은 것이지만 그간 내가 지켜온 비안락사 방침이 뿌듯하다.
공고기간 열흘이 지난 뒤에는 안락사를 시행한다해도 어느 누구하나 딴지 걸 사람은 없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전국의 보호소에서 안락수를 통한 개체수 조절은 필요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느 지자체 위탁 보호소는 안락사를 시행하지 않다가 지역경기가 침체하고 예산이 줄어들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버틸 수 있는 한은 비안락사 방침을 고수하고 싶다. 다만 언제까지라고 못 박지는 못한다.
부디 하루 빨리 개체수 조절 위주의 보호소 운영 정책이 바뀌길 바랄 뿐이다.
정순학 청주반려동물보호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