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닥스훈트는 다른 개들과는 전혀 다른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리는 극단적으로 짧은데 비해, 몸은 매우 길다. 그래서 닥스훈트를 핫 도그 하운드(hot dog hound), 소시지 하운드(sausage hound)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에 사는 닥스훈트들은 아파트에서 실내견으로 만족하고 살고 있다. 하지만 닥스훈트는 매우 원기 왕성한 사냥개다. 짧지만 강력한 앞발로 흙을 파고, 헤집으면서 먹잇감을 찾는 하운드다.
간혹 도시의 아파트를 초토화 시켜서 악마견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는 자신의 혈관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사냥 습관 때문이다.
필자가 살던 아파트 주민이 키우던 닥스훈트 |
영어로 사냥개를 뜻하는 하운드는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좋은 시각과 빠른 빨로 사냥을 하는 시각형 하운드(Sight hound), 뛰어난 후각과 끈질긴 지구력으로 사냥을 하는 후각형 하운드(Scent hound)다.
시각형 하운드에는 그레이 하운드, 아프간 하운드 등 날씬하고 다리가 긴 사냥개들이 있고, 후각형 하운드에는 비글, 블러드 하운드, 팍스 하운드 같은 끈질긴 사냥개들이 포함된다.
비글 |
다리가 짧고 몸이 긴 닥스훈트는 빨리 뛸 수 있는 신체적 구조를 애당초 가지지 않고 있다.
대신 예민한 후각으로 끈질기게 먹잇감을 추격할 수 있는 능력은 탁월하다. 닥스훈트는 그래서 후각형 하운드로 분류된다.
닥스훈트는 독일에서 사냥 실력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사냥개다. 원래 닥스훈트는 오소리 사냥개를 위해 특화되었지만, 후일 토끼, 여우, 사슴, 멧돼지 사냥에도 사용되게 되었다.
오소리, 토끼, 여우같은 굴을 파고 사는 동물들은 사냥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닥스훈트는 이런 상황에 딱 적합한 사냥개다. 이 개야말로 땅속의 좁고, 긴 굴 안에 들어가서 사냥하기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닥스훈트를 많은 동물들 중에 오소리 사냥에 특화시켜 개량하였는지 의문이 생기된다.
하지만 18세기 독일 상황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오소리는 독일 전체 농민들에게 공공의 적이었다.
오소리는 잡식동물로 못 먹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농부들의 소중한 밭을 완전히 헤집어 놓기도 하고, 농작물을 망치기도 하였다. 또한 귀족들의 저택에 있는 정원을 망치기도 일쑤였다.
이러니 독일인들이 골치 아픈 오소리를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닥스훈트가 나서 독일 전역에 서식하던 오소리 소탕에 나서게 된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만난 닥스훈트. 유기견 보호소에서는 의외로 많은 닥스훈트들을 볼 수 있다. 주인이 닥스훈트를 키울 때 이 개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
독일 시골에서 오소리를 열심히 소탕하던 닥스훈트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 견종이 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19세기 초반, 중반만 하여도 독일은 지금의 독일처럼 선진화된 산업국가가 아니었다. 독일은 영국, 프랑스보다 산업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많이 뒤처졌고,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웠다.
독일은 하나의 강력한 중앙정부를 구성하지 못하였고, 중소규모 제후국으로 사분오열하고 있었다. 독일의 정치적 불안정, 잦은 전쟁, 낙후된 산업, 종교적 갈등, 기근과 흉작 등은 독일 국민들을 많이 힘들게 하였다.
특히 경제적으로 곤궁한 빈곤층의 삶은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당시 신생 독립국이었던 미국은 독일과는 전혀 다른 처지였다.
미국은 끊임없이 팽창하면서 남(南)으로, 서(西)로 확장하고 있었다. 미국의 강력한 팽창 앞에 스페인, 프랑스, 멕시코 등은 모두 손을 들고 만다.
그들의 식민지나 영토를 신생국 미국에게 할양하거나 팔아버리고 말았다. 식욕이 왕성하였던 미국은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웬만한 나라 크기의 땅들을 계속 집어 삼키면서 성장하였다.
그 당시 미국은 신생국가답게 이민의 문호를 활짝 열어 놓고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 이민자들에게 상당한 규모의 경작지를 거줘 나눠주면서 농토 개척에 나서도록 장려하였다.
생활이 힘들었던 독일인들은 현실에 대한 탈출구로 이민을 생각하였다. 그래서 많은 독일인들이 이민을 생각하였고, 행동에 옮겼다. 독일인들의 이민행렬은 미국,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물론 러시아로도 이어졌다.
독일인들의 눈에 특히 미국 이민은 매력적이었다. 기후도 온화하고 이미 많은 독일인들이 정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었다.
특히 미국은 이민자들에게 공짜로 땅을 준다고 하니 경제력이 취약한 독일 농민, 노동자들이 이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미국으로 건너간 독일인의 후손(German American)이 현재 5천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거의 대한민국 전체 인구에 버금가는 규모다.
지금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Donald Trump)나, 세계 2차 대전의 영웅으로 종전 후 대통령으로 선출 된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1953~1961)도 독일계 미국인들이다.
그런데 바늘이 가면 실이 가는 법이다. 사람이 움직이면 개도 같이 움직인다는 얘기다. 미국으로 건너 간 독일인들은 독일에서 자신이 키우던 닥스훈트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활기 차고, 특이한 외모를 가진 사냥개 닥스훈트는 당연히 신세계에서 큰 인기를 모으게 된다.
그 결과 닥스훈트는 미국에서 단기간 내에 가장 인기 있는 견종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된다. 닥스훈트의 미국 내 인기는 핫 도그(hot dog)라는 명칭을 봐도 알 수 있다.
캉스독스(powerrange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