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에는 지금 일주일째 금동이라는 강아지가 묵고 있다. 주인이 장기 여행을 가면서 우리집에 맡겼다.
시베리안 허스키와 초코 코커 스패니얼 사이에서 태어난 하이브리드 견인데 올해 12살이다. 몸집은 코커 스패니얼인데 얼굴 생김새는 다소 이색적이다.
밤색털을 지녀서 어떤 분은 오스트레일리안 셰퍼드 새끼 아니냐고 묻는 분도 있다. 할머니인데..^^
그분은 미국 여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좋아하는데 아만다가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어디든 빠짐없이 데리고 다니는 개 '핀'이 오스트레일리안 셰퍼드란다.
거의 새끼 적부터 금동이를 봐왔다. 두번째 미용부터 우리 가게에 온 개다. 나이가 들어 중성화 수술을 받은 상태인데 그전에는 초코 코카 스패니얼과의 사이에 새끼도 하나 낳았다. 새끼는 초코 코카 스패니얼이 나왔다. 아빠를 닮았나 보다.
한 동네에서 10년 넘게 애견숍을 하다보니 그 개가 살아온 궤적을 줄줄이 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경우도 경우도 꽤 된다. 그 때마다 그 사실을 마주하는 것은 내 입장에서 그다지 달갑지 않다. 내 개도 아닌데 하늘나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근 1주일 기분이 가라 앉고는 한다.
1986년생 푸들이 있었다. 이 푸들은 2006년에 하늘나라로 갔다. 20년이면 사람 나이로 치자면 100살을 훨씬 넘었으니 엄청난 장수를 누린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이 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내가 직접 봐야 했기 때문이다.
개도 치매에 걸린다. 이 푸들 역시 나이가 들어 치매가 왔고, 밥을 줄 때조차도 집안의 사람들을 물고 할퀴고 했다고 한다. 치매 때문에 너무나 힘들어 하던 보호자들이 결국 나에게 동물병원에 가서 안락사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이 푸들은 그 전까지 매달 두 번씩 우리 가게에 목욕을 하러 왔다. 집에서 힘드니 나에게 씻기는 것 전부를 맡긴 것이었다.
절차를 알아보고 동물병원에 갔다. 사실 그때 안락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던 차라 동물병원 원장님께 간청해서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일반인들은 안락사시킨다면 한 번의 약물 주사로 끝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안락사에도 절차가 있었다. 일단 신경안정제를 놓고 개가 안정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곤 다시 약물을 투여했는데 그것도 한 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너 차례는 계속된 것같다. 이렇게 30분 가까이에 걸쳐 안락사가 진행됐다.
나도 안락사가 순식간에 진행될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절차를 보니 어려움을 겪어 어쩔 수 없이 안락사 되는 개들에게도 어느 정도 예의는 갖춰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내내 마음은 편치 못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안락사를 끝내고, 화장까지 마쳐 하늘나라로 보냈다. 1주일을 멍한 기분으로 있었고,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그때 생각이 난다.
'우리동네 애견숍 24시'는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서 12년째 하안애견을 운영하고 있는 전광식 사장님의 경험을 담아낸 코너 입니다. 전 사장님은 모습은 다소 거칠어 보일지라도 마음만은 천사표인 우리의 친근한 이웃입니다. 전광식 사장님과 함께 애견숍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