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과학자들이 기후변화로 곧 미국에 광견병 매개체로 알려진 흡혈박쥐 떼가 들끓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미국 피플지(誌)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퓰러 사이언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여러 주(州)에서 5000~3만년 전 흡혈박쥐 화석이 발견됐지만, 겨울이 추워지면서 흡혈박쥐는 미국에서 5000년 넘게 자취를 감췄다.
흡혈박쥐(학명 Desmodus rotundus)는 멕시코를 비롯해 중남미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북상하고 있다. 광견병 매개체로 알려진 흡혈박쥐는 기온이 화씨 50도(10℃) 이하로 떨어지는 지역에서 살지 못하지만, 지난 5년간 텍사스 주에서 30마일(약 48㎞) 떨어진 거리까지 좁혀왔다.
미국 농무부 소속 분자 생태학자 앙투아네트 피아지오는 지난 7월 미국국립보건원 산하 미국국립의학도서관이 운영하는 생물의학 및 생명과학 전자도서관 ‘펍메드 센트럴(PMC)’에 논문 ‘광견병 바이러스 매개체 분포의 최첨단에 있는 유전 인구통계학’을 발표했다.
물론 흡혈박쥐의 북상속도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북상에 10년이 걸렸을 수도 있지만, 수백년이 걸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다만 미국 남부 주들에서 겨울 기온이 계속 올라간다면, 흡혈박쥐가 미국에 돌아올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흡혈박쥐와 함께 신종 광견병이 출현할 위험성이 제기됐다. 광견병 바이러스가 남미 서부 해안 지역에 서식하는 흡혈박쥐에게 발견되지 않았지만, 페루 소떼에서 광견병이 전염한 원인으로 흡혈박쥐가 지목됐다.
미국 농무부는 국립 광견병 관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올해 텍사스, 애리조나, 플로리다 주에서 소 9만5000마리 이상을 대상으로 흡혈박쥐에게 물린 상처가 없는지 검사했다. 검사 결과 이상은 없었지만, 농무부는 남부 경계주에서 활동하는 축산업자들과 야생 생물학자들에게 흡혈박쥐 북상을 경계하도록 교육시키고 있다.
리처드 칩먼 농무부 광견병 관리 책임자는 흡혈박쥐의 북상과 광견병 전염 가능성이 대재앙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칩먼 책임자는 “광견병 공습경보를 언급하는 것이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지만, 광견병 노출 위험을 최소화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들이 있다”며 “반려동물과 가축을 예방접종 시키고, 이상하게 행동하거나 아픈 야생동물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제일선 예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