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하운드는 기원전 4000년 경부터 언급된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귀족개이다. 동양적이고 신비한 개로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휘날리는 갈기와도 비슷한 털은 위엄이 있으면서도 초연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이런 아프간 하운드가 술을 먹고 주정을 부리는 모습이라니. 사실 개는 술을 먹지도 못하고 먹어서도 안된다. 최근 논란이 인 개막걸리녀 사건을 보면 잘 알 수 있으리라.
모 제약회사의 숙취해소제 광고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술 취하면 개. 뭐 흔히들 쓰는 말이다. 사실 '개'라는 낱말이 접두사로 전용되어서 '개XX' '개AA' '개CC' '개GG' 등등, 그러니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막상 그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당하는 개와 그 개를 둔 보호자는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다. 이 광고는 '사람이 좋습니다' 라는 간지나는 멘트에 '사람일 때가 좋습니다' 라는 더 귀에 쏙 들어오는 말로 이어진다.
그런데 멘트가 이어지는 사이 영화배우 모델 옆에 있던 직장 동료들은 개로 변해 있다. 불독과 아프간 하운드다. 하지만 그 두 견종의 특성을 안다면 어땠을까.
불독은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투견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영국의 상징 같은 개다. 목은 굵고 짧으며 어깨와 가슴 폭이 아주 넓어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1800년대 말 영국에서 투견이 금지되면서 가정견으로 전환했다.
공격적이고 위압적인 외모와는 달리 성격은 침착하면서도 온순하다. 또 주인에겐 충실하며 집을 잘 지킨다.
광고에는 두 견종 외에도 진돗개, 삽살개, 시베리안 허스키, 그리고 그레이 하운드가 등장한다. 술에 취한 사람들을 묘사하기 위한 것으로 쓰였다. 하지만 이들 개들 역시 품성을 안다면 섣불리 쓰기는 어려웠을 법이다.
과도하게 음주를 하지 말고, 어쩔 수 없었을 경우에는 자기 제품을 마시고 정신을 차리자는 내용이겠지만 해당 견종들을 키우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다소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