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두 동물이 있다. 개와 고양이. 이 두 동물은 서로 많은 애호가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누가 더 인기가 높은 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 두 동물의 행동을 보면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다. 고양이가 개에 비해 아직도 월등히 많은 야생의 습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솔직히 근원적인 의문 사항이다. 그런데 이런 궁금함은 두 동물의 출발선을 보면 생각보다 쉽게 답을 찾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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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늑대를 조상으로 하여 가축화된 동물이다. 그래서 지금도 개들의 행동에는 그들의 조상인 늑대와의 유사점이 보인다. 그런데 늑대의 신체를 보면 고양잇과 맹수들과는 달리 살상 능력이 높은 날카로운 발톱이나 강한 턱이 없다. 그렇다고 늑대의 발톱과 턱이 위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표범, 사자와 같은 고양잇과 맹수들에 비해서 그렇다는 의미다.
늑대는 신체 구조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집단사냥을 하고, 외부의 적으로부터 방어한다. 북미 늑대는 자기보다 덩치가 다섯 배나 큰 엘크 같은 대형 사슴도 집단사냥을 통해 쉽게 사냥한다. 늑대 한 마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또 늑대는 서식 영역이 겹치는 곰과의 경쟁도 가능하게 해준다. 따라서 늑대는 생존을 위해 무리생활을 채택했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늑대들의 무리생활이 지속 가능하려면 엄격한 규율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늑대 무리는 우두머리 늑대에 대해 철저한 복종을 하고 그 지시에 따른다. 먹이나 번식 등에서 늑대무리의 규율은 매우 엄격하다. 늑대의 후손인 개는 무리생활을 하는 선조를 두었기 때문에 인간과의 관계도 그렇게 설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개가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은 자기 주인을 자기가 속한 집단의 우두머리로 보기 때문이다.
또 개는 주인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집을 자기 무리의 영역으로 보고 그 곳을 지키려 한다. 따라서 개는 자기 무리의 영역인 집에 외부인이나 다른 개들의 침입을 용서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거나 작은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개는 마구 짖어댄다.
고양이는 어떤가? 고양이는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살쾡이가 가축화된 동물이다. 다수의 고양이 전문가들은 리비아의 살쾡이들이 고양이의 선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살쾡이는 어린 시절 외에는 혼자 산다. 자신의 힘 만으로 사냥을 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영역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런 동물의 후손인 고양이의 두뇌에는 무리, 우리라는 개념이 애당초 없다. '나'라는 존재가 아닌 다른 존재는 먹잇감, 경쟁자, 적(포식자)일 뿐이다. 애당초 무리라는 개념을 고양이 머릿 속에 주입하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고양이가 주인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애교는 걸어가다가 주인의 다리에 몸을 한 번 부비는 것이다. 그것이 끝이다. 따라서 자신의 고양이에게 개의 살가움을 기대하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다. 그건 훈련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다. 어설픈 훈련을 통해 괜히 고양이 성격만 안 좋아진다.
이런 의미에서 다른 가축들을 보면 재미있는 분석 결과가 나온다. 처음부터 집단생활을 한 동물들은 가축이 되고 난 후에도 쉽게 인간 세상에 적응하는 반면 독자적인 생활을 했던 동물들은 아직도 야성을 가지고 적응에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 말, 개 같은 무리를 이루며 사는 동물들은 가축화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고양이, 페렛(긴털족제비)는 오랜 기간에 걸쳐 가축화를 진행시켰지만 여전히 강한 야성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