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올려도 봐도, 내려다 보면 더 아찔한 아파트 고층의 테라스 지붕에 고양이집을 만들어준 사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일 제주 동물보호단체 제주동물친구들에 길고양이 구조 요청이 들어 왔다.
구조를 요청한 주민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테라스에 길고양이가 이미 2주째 머물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 가본 제동친 관계자들은 입이 딱 벌어졌다. 길고양이가 있다는 곳은 아파트 맨꼭대기 8층의 테라스 지붕이었다. 난간이 있을 리 없는 테라스는 얇은 데다 좁기까지 했다.
그런 테라스에 길고양이 집이 설치돼 있었다. 사연은 이랬다.
지난 겨울 길고양이가 화분 등이 있는 옥상에까지 올라왔고, 그 뒤론 마음에 들었는지 들락날락했단다.
고양이가 드나드는 것은 알았는데 얼마 전 테라스 지붕에 있는 것이 목격됐다.
맨위 옥상에서 떨어진 듯했다. 다행히 테라스 지붕 위로 떨어지면서 목숨은 건진 듯했다. 그런데 그날부터 8층의 빌라 베란다와 테라스 지붕 밖에는 갈 데가 없는 신세가 됐다.
8층에 살고 있는 두 집 모두 이 녀석을 봤다.
처음에는 포획을 해서 놔주려 했지만 잔뜩 긴장한 데다 날쌔기까지 한 이 녀석을 잡을 수 없었다.
시청과 담당 포획팀, 119 등에 도움을 받아보려 연락했지만 구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구청에서 포획틀을 빌려와 구조도 시도해봤지만 포획틀이 커서 무용지물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고양이를 바라보는 주민들도 애가 탔다.
801호는 물과 빵을 챙겨줬고, 802호는 밥과 사료를 공급해줬다.
특히 802호의 두 아들은 고양이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잘까 싶어 고양이 집을 만들어 테라스 지붕 위에 놔줬다.
고양이 집은 바람에 날려 떨어지지 않도록 난간에 단단히 묶었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고양이 포획 전문가인 제동친 관계자들도 이 녀석을 포획하는 데 애를 먹었다.
테라스에서는 보이지 않던 녀석이 베란다 사이에 있는게 발견됐지만 포획작업을 하기에는 너무 좁았다.
가져간 포획틀 역시 쓸모가 없었다. 결국 포획채를 사용했다. 제대로 먹지 못해 마른 녀석이었지만 낯선 손길에 잽싸게 피해 다녔다.
하지만 시간은 제동친의 편이었다. 한동안 신경전을 벌인 끝에 포획채 안에 고양이가 들어왔고, 이 녀석은 포획된 뒤 중성화수술을 마치고 원래 영역으로 삼고 있던 아파트 근처에 방사됐다.
이인희 제동친 길고양이 팀장은 "구조를 요청한 가족들은 너무 고맙고, 구조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기뻐하셨다"며 "마음 따뜻한 분들 덕분에 구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