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미국하면 야구를 빼놓을 수 없다. 야구는 아메리칸 풋볼, 농구, 아이스하키와 함께 대표적인 프로 스포츠로 손꼽힌다.
그런데 다른 스포츠와 달리 야구는 시즌이 상당히 긴 편이다. 봄에 시작해서 가을까지 진행되기 때문이다. 물론 시즌이 끝나면 휴식 기간이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을 모두 쉬지는 않는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스프링 캠프(spring camp)를 차리고, 선수들의 경기감각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나면 연습경기를 하며 훈련을 마무리 한다.
기나긴 야구 시즌이 끝나면 야구팬들은 심각한 야구 갈증을 겪는다. 하지만 작년 겨울 필자의 야구 갈증은 조금이나마 풀렸었다. 플로리다 웨스트 팜비치(West Palm Beach)에 있는 친척 방문 길에 야구장을 찾는 호사를 누렸기 때문이다.
더 볼 파크 오브 더 팜비치. 2017년 12월 촬영 |
야구장에 도착하니 2017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메이저리그의 신흥 강자 워싱턴 내셔널스가 웨스트 팜비치에 있는 ‘더 볼 파크 오브 더 팜비치’(The Ball Park of the Palm Beach)에 스프링 캠프를 차리고 훈련을 한다는 안내판이 보였다. 하지만 운은 거기까지였다. 연습경기는 필자가 플로리다를 떠난 후로 예정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야구장 구경은 실컷 할 수 있었다. 야구장 한 바퀴를 돈 후, 야구장 옆 호숫가도 거닐었다. 그런데 호수에는 악어를 조심하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플로리다는 늪지가 많고, 날씨가 온화하여 악어가 서식하기에 이상적이다. 그래서 마을이나 골프장의 연못 등에서 자주 악어가 출몰하곤 한다. 때론 깜짝 놀랄 크기의 악어가 나타나 보도되기도 한다.
악어가 출몰하는 곳에 갈 때는 먹을 것을 지참해서는 안 된다. 자칫 음식 냄새가 악어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야구장 옆 호수에 있는 안내판에는 동물에게 절대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 문구도 있었다.
야구장 인근 호수에 있는 악어 출몰 안내판 |
며칠 후 베로 비치(Vero Beach)에 사는 또 다른 친척을 만나기 위해 웨스트 팜비치를 출발했다. 그런데 운전 중에도 그 전날 보았던 악어 출몰 안내판과 비슷한 것들이 보였다. 심지어는 악어가 출몰하기 때문에 호수에서 수영을 금지한다는 안내판도 보였다.
13년 만에 만난 친척과의 대화 주제는 악어였다. 플로리다에 온 이후 계속 들었고, 보았던 악어 이야기였다. 친척은 얼마 전 마을 호수에서 악어가 출몰해서 작은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플로리다에서는 워낙 자주 악어가 나타나서 사람들이 별로 놀라지 않는다고 알려주었다.
에버글레이즈에 있는 식당의 메뉴판. 상단의 사진이 악어튀김. 작년 12월 촬영 |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일부 미국인들은 악어를 즐겨 먹기도 한다. 마치 프라이드 치킨처럼 악어 고기를 튀겨서 맥주 안주로 먹는다. 물론 이런 식도락가들을 위한 악어 전문 레스토랑도 있다.
그런데 악어 튀김의 맛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익숙한 맛이라고 한다. 먹어본 사람의 말에 의하면 악어 튀김의 맛은 닭튀김과 차이가 없어서 악어 고기라는 것을 인지하지 않고 먹으면 조금 질긴 닭튀김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고 한다. 이런 요리에 사용되는 악어는 야생에서 사냥한 것은 아니다. 농장에서 사육한 악어를 사용한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