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주사는 남녀노소 꺼리는 공포의 대상이다. 태어나 처음 맞는 주사라면 더욱이 그럴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주사를 맞아봤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처음 주사 맞을 때의 심정과 당시 흘린 눈물의 양은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기에는 너무 어릴 때의 일이기 때문이다.
"요! 주사 맞기 싫은 친구들, 오늘 내가 주사 맞을 테니 잘 보고 겁내지 말라구!" |
그때의 우리를 대변하는 새끼 고양이의 사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사를 맞고 녹초가 된 고양이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왠지 처음 주사 맞던 날의 기억이 무의식 세계에서 새어 나오는 것 같다. 엉덩이 어딘가가 아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친구들...주사는...가능하면...맞지 말자구..." |
지은 씨는 지난 26일 연휴를 이용해 반려묘 다다의 첫 예방접종을 마친 뒤 SNS에 이 소식을 전했다. 글에는 다다의 사진 여러 장과 함께 "오늘 첫 예방접종 하고 와서 가자미눈 된 우리 아가ㅋㅋㅋ"라는 설명이 달렸다.
사진 속 다다는 양쪽 귀가 축 처진 채로 피곤함에 절은 표정을 하고 있다. 집사 지은 씨에 대한 배신감도 묻어난다.
이 사진은 2일간 6000명 이상이 반응을 보이는 등 랜선 집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귀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가운데 몇몇 랜선 집사들은 "병원 데리고 다녀온 뒤 3일 동안 석고대죄해서 주인님이 겨우 기분 푸셨다"며 경험담을 공유했다.
또 일부 네티즌은 "주사 알레르기인 건 아니냐"며 걱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지은 씨는 "순간포착이었다"며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눈이 말똥말똥해져 잘 먹고 잘 놀다 잠들었다"고 답했다.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지은 씨는 다다의 자는 모습을 유독 좋아한다. |
다다는 현재 2개월령(추정)의 새끼 고양이다.
지은 씨는 한 달 전 인천 지역 폭우 때 빗물에 잠겨 죽을 뻔한 다다를 입양했다. 다다는 폭우 속에서 한 아주머니에 의해 구조됐지만, 구조자가 키우고 있던 반려견이 고양이를 무서워해 급히 입양자를 찾던 중이었다.
당시 인천 지역은 기상청 예측인 1일 예상 강수량 150mm를 훌쩍 뛰어넘는 최고 270mm의 폭우가 쏟아지며 차량 40여 대가 침수되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피해를 입었다. 호우 예비특보·주의보 없이 뒤늦게 경보가 발령된 데다가 기상청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밝힐 만큼 갑작스러운 폭우였다.
지은 씨는 처음 다다의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불쌍한 고양이 중 하나라 생각하고 넘겼지만, 자꾸 다다의 뒷모습이 아른거려 입양을 결심했다.
마음의 준비만 했을 뿐 물질적으로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새끼 고양이가 집에 온다니 지은 씨 손이 바빠졌다. 몸이 바빠지니 마음도 덩달아 조급해졌다.
성장기에는 클 거 생각해서 넉넉한 걸 산다지만 이건 너무 했다. |
때마침 이 소식을 들은 친구가 지은 씨를 도왔다. 둘은 부랴부랴 집을 청소하고 근처 반려동물 용품 매장을 찾아 케이지, 사료, 장난감, 화장실, 배변용 모래 등을 구매했다. 양손 가득 사 들고 온 고양이 용품을 집안 곳곳에 배치를 해보니 제법 고양이 키우는 집 같아졌다.
지은 씨는 친구의 도움으로 다다의 입양까지 일사천리로 마쳤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장애물이 있었다. 다다가 임시 보호처에서부터 지하철을 타고 오다가 에어컨 바람을 맞고 감기에 걸린 것. 눈도 제대로 못 뜬 꼬물이였기 때문에 지은 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은 씨는 한 달여 동안 정성을 다해 다다를 보살폈다. 다다 역시 먹기 싫을 법도 한 감기약을 비교적 잘 먹어줬기에 현재는 감기가 달아났다. 덕분에 예방접종도 권장 시기에 맞출 수 있었다.
지은 씨는 "(다다가) 주사 맞을 때 발버둥도 치지 않고 잘 맞았다"며 "수의사 선생님도 다다에게 순하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이어 "처음 볼 당시 눈도 제대로 못 뜨던 다다가 벌써 이렇게 커서 예방접종까지 하게 돼 감격스럽다"고 덧붙였다.
지은 씨는 마지막으로 "가장 친한 친구가 다다의 입양을 도와줬다"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