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he Sun 화면 캡처(이하) |
[노트펫] 사람은 즐거웠지만 황소는 그렇지 못했다. 뿔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산 채로 뿔이 타는 고통을 몇 시간이고 견뎌야 했다.
21일 영국 더 선은 스페인에서 황소의 뿔에 불을 붙이는 축제 '토르 드 푸에고(Toro de fuego, 불의 황소라는 뜻)'가 올해도 어김없이 개최됐다고 보도했다.
고대 도시 메디나첼리(Medinaceli)의 오랜 전통으로 매년 11월 둘째 주 주말에 열리는 이 축제는, 사람들이 황소의 뿔에 가연성 물질을 매달고 불을 붙이며 시작된다.
뿔에 있는 인화 물질이 다 소모돼 불이 꺼질 때까지 불타는 소를 피해 도망을 다니면서 사람들은 축제를 '즐긴다'.
뿔에서 불길이 솟는 거대한 황소 앞에서 인간의 용기를 시험한다는 전통에서 비롯된 이 축제에는 올해도 수천 명의 관람객이 참여했다.
물론, 황소가 화상을 입지 않도록 사전에 머리와 온몸에 두꺼운 진흙을 발라놓는다.
그러나 갑작스레 붙은 불길에 놀란 황소는 불을 끄기 위해 날뛰다 스스로 벽에 몸을 부딪치며 고통을 호소한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환호한다.
오로지 인간의 재미를 위해, 짧게는 한 시간에서 길게는 몇 시간까지 황소는 공포에 휩싸인 채 고통 속에서 몸부림친다.
동물 보호 단체인 아니마 나투랄리스(Anima Naturalis)는 이 잔인한 행사에 대해 폭로했다.
단체에 따르면 스페인에서 이 축제 또는 이 축제와 유사한 종류의 행사를 위해 매년 3,000마리 이상의 황소가 사육되고 있다.
이 축제를 반대하는 운동가 스티븐 에크(Steven Eke) 는 "지난 10년 동안, 소셜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한 강력한 동물 권리 운동을 통해 동물을 이용한 잔인한 축제들이 줄어들거나 금지돼왔다"며 "그러나 불행히도 투우나 불의 황소 같은 것들은 여전히 계속되며, 인간의 유흥을 위해 동물들에게 극단적이고 고의적인 잔인함을 계속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동물보호가와 동물보호단체 역시 '불의 황소' 축제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 축제는 스페인 당국의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행사라 법적인 제재는 불가하다.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 ‘체인지(www.change.org)'에는 이 축제가 더 이상 열리지 않도록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으며, 23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9만 3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동참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관점의 차이일뿐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