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대 위에 흩어진 부품과 나사들을 플라스틱 통에 담은 쥐. |
[노트펫] 작업대를 청소한 쥐 한 마리 때문에 70대 노인이 치매를 걱정했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잉글랜드 브리스틀 시(市) 인근에 사는 스티븐 맥키어스(72세)는 치매에 걸린 것 아닌지 걱정했다. 은퇴한 전기기술자인 그는 지난 2월부터 이상한 조짐을 느꼈기 때문이다.
새들에게 주려고 땅콩을 담아놓은 통에서 나사가 나왔고, 작업대에 둔 나사와 부품들이 플라스틱 통에 정리돼있었다. 하루는 시험 삼아 작업대 위에 부품들을 흩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부품들이 통에 담겨있어, 맥키어스는 점차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됐다.
마치 누가 손 댄 것처럼 작업대가 낯설게 느껴진지 몇 주가 지나자, 맥키어스는 이웃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창고에 귀신이 있는 것은 아닌지, 벌써 치매에 걸려 자신이 기억도 못하는 것은 아닌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웃이자 야생 사진작가인 로드니 홀브룩은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자고 조언했다. 맥키어스는 지난 9일 홀브룩의 도움을 받아서 야간투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맥키어스는 카메라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놀랍지만 반가운 진범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 범인은 귀신이나 치매에 걸린 자신이 아니라 바로 작은 쥐였다.
쥐는 작은 나사부터 자신의 몸보다 큰 부품까지 모조리 들어 올려서 통에 담았다. 동화 속에서 착한 사람을 도와 청소해주는 동물처럼, 쥐는 작업대를 깨끗하게 정리했다.
맥키어스는 “나는 나이가 72세이기 때문에 걱정했고, 72세 신사의 정신이 흐려졌다는 소식들을 종종 들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기뻤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는 이 녀석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마우스라고 부르고, 내 친구는 메탈 마이키라고 부른다”며 “왜냐하면 이 녀석이 브렉시트를 위해 (영국인의 생필품 사재기에 빗대어)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농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