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 3마리, 개 1마리와 함께 사는 한 부부의 집은 지은 지 30년이 넘은 오래된 주택이다. 이번에 집의 내부를 리폼하면서 냥이들의 캣워크와 벽면의 선반들을 여기저기 설치하고 기둥전체는 스크래치판으로 감쌌다. 또 계단아래 남는 공간엔 개집을 만들었다.
냥이 4마리를 키우며 집을 새로 지은 한 가족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컨셉을 '냥이 하우스'로 정했다. 캣워크를 통해 방과 거실을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벽면엔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냥이 화장실과 사료와 물을 두는 곳도 미리 계획한 조용한 장소에 배치했다. 가족이 주로 머무는 곳엔 냥이들의 귀여운 모습이 언제나 잘 보이도록 공간 배치를 했다.
ⓒ노트펫 화우나플러스디자인의 공생주택 사례 |
집을 짓는 단계에서부터 같이 사는 동물들을 생각한다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이지만 일본에서는 그다지 신기하지 않은 일이다. 유명 주택건설회사 세키수이하우스(積水ハウス)와 다이와하우스(大和ハウス) 등 여러 건축회사에서 반려동물을 감안한 집짓기에도 나서고 있는 것. 홈페이지를 가보면 그 회사들이 만든 견본 주택들을 볼 수 있다.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에게 좀 더 쾌적하고 안전한 거처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여러 행동 문제를 안고 있던 반려동물들도 이들의 행동습성을 감안해 만들어진 공간에서 어느덧 얌전해진 모습을 보여 주인들도 만족이라고 한다.
골조 등 구조 자체에 크게 변형을 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곳곳에 반려동물을 위한 디자인들이 배어 있다. 재미있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은 당연.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한 건축자재의 사용이란다.
최신의 건축자재보다 자연소재를 사용하면 신선한 바깥공기도 들어오기 쉽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특히 환기대책은 필요하다. 펫의 냄새제거가 한결 쉬워지고 습도조절에도 좋다. 비용도 줄이며 간단히 친환경 벽면을 만드는 방법으로 규조토를 직접 칠하는 것도 있다.
바닥재의 선택에도 사람보다 훨씬 키작은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가 들어간다. 화학적 접착제가 많이 쓰인 바닥재 등에 가까이 머무는 반려동물은 알레르기가 생기기 쉽다고 한다. 실내환경의 오염은 사람보다 반려동물이 먼저 영향을 받아 사람보다 빨리 그리고 심하게 새집증후군을 앓는 수도 있다. 그래서 화학적 접착제 사용은 최소화한다.
또 딱딱하고 미끄러운 소재의 바닥은 활발히 움직이는 소형견과 뼈가 약한 노령견 모두 관절에 부담이 준다. 그래서 스크래치에도 강한 쿠션성 있는 소재가 쓰인다. 리폼을 할 땐 이런 소재의 얇은 바닥재를 덧붙이기도 한다. 층간소음예방을 위해 방음재를 같이 깔기도 한다.
특히 냥이를 키운다면 조명에도 포인트가 들어간다. 사람에게 그다지 부담이 없는 형광등 빛은 냥이 눈을 따갑게 한다고 한다. 밤에 형광등이 켜진 곳을 피해 어두운 현관 쪽으로 가버리는 냥이마음을 누가 알까? 그래서 냥이들이 선호하는 백열등이 이런 주택에 더 잘 어울리고 사용된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위한 집짓기에도 맹점은 있다. 바로 비용 문제다. 캣워크는 아니더라도 당장 '로라'를 위한 선반 하나라도 달아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