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현대식 주거구조인 아파트는 전통가옥과는 달리 부엌과 화장실이 다른 거주공간들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전통가옥에서 화장실은 본채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이는 지독한 분변 냄새를 피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대부분 고옥(오래된 집)들의 화장실은 본채 건물과 분리된 별채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가옥의 부엌은 별채 건물인 화장실처럼 멀리 뚝 격리되어 있지는 않다. 취사 공간인 부엌이 본채와 분리되게 되면 생활에 불편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부엌은 실내를 데우는 난방시설인 온돌과 연결되어 본채 비로 옆에 붙어있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전통가옥의 부엌에는 취사를 위해 만든 아궁이라는 구멍이 있다. 사람들은 그 아궁이에 솥을 올리면서 밥을 짓는 등 다양한 요리를 하였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아궁이에 때는 연료도 변했다. 먼 과거에는 산에서 간단히 구할 수 있는 나무를 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광산에서 구할 수 있는 석탄, 연탄 등으로 진화한다.
부엌에서 취사를 하고 남은 열은 온돌방을 데우는데 쓰였다. 열기가 그 소임을 모두 완수하면 산타클로스의 출입구인 굴뚝을 통해 외부로 나갔다. 귀한 열을 허투루 쓰지 않는 선조들의 지혜를 알 수 있다.
전통가옥의 굴뚝 옆에 아궁이와 부뚜막이 보인다. 2014년 11월 공주한옥마을 |
1970년대만 해도 고양이의 보금자리는 지금과 달랐다.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들 대부분은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키웠다. 그렇다고 고양이를 마당 같이 완전히 바깥에서 키우지는 않았다. 많은 고양이들은 취사 공간인 부엌을 침실로 사용하였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그런데 사람들의 거주 공간인 전통가옥에서 본채를 제외하고 가장 따뜻한 곳은 아궁이가 있는 부엌이다.
그러니 부엌은 온기를 매우 좋아하는 고양이의 핫 플레이스(hot place)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집고양이의 선조가 북아프리카 건조지대에서 살았던 들고양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다.
또한 고양이는 사람이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도 어지간하면 귀찮게 굴지 않는다. 고양이는 자신의 배가 고파도 기껏해야 “야옹”하는 정도의 소리만 낼 뿐이다.
그것도 주인이 고양이에게 밥을 주어 배가 부르면 전혀 귀찮게 하지 않는다. 그러니 부엌을 고양이의 침실로 내주어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1970년대 도시의 단독주택들 대부분 난방용, 취식용 연료로 연탄을 사용했다. 연탄은 시커멓다. 그래서 연탄 사용량이 급증하는 가을 이후가 되면 고양이들은 아궁이 근처에 있다가 얼굴을 포함한 온몸이 검은 칠 범벅이 되곤 했다. 어릴 때 키우던 나비도 그랬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당시만 해도 그랬다.
그러다가 봄이 되고 기온이 오르게 되면 연탄의 사용량도 줄고, 고양이는 부엌 출입도 줄어든다. 그 결과, 고양이의 검은 모색은 갈수록 선명해지고 밝아진다.
1970년대만 해도 봄이라는 계절은 산과 들을 푸르게 하고, 고양이의 털색까지 하얗게 해주는 요술을 부린 것이다. 지금은 봄이 그 기능을 못하지만 1970년대 봄은 고양이의 외모를 아름답게 하는 놀라운 계절이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