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 갓난아이들이 콧바람 들면 애엄마가 힘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자꾸 집 밖으로 나가자고 보채기 때문이다. 집안과는 다른 공기, 집밖에서 보여주는 새로운 풍경 등이 아이의 감각을 자극하는 탓이다. 밖을 향하는 마음은 비단 어린 아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른은 물론이요,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이다.
반려견의 경우 태생적으로 바깥바람을 쐬어주지 않으면 신발을 물어뜯는다든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견주를 향해 시위를 하는 견종들이 적잖다. 한마디로 밖에서 놀고 싶다는 것이다. 개를 키워보신 분들에게는 아주 상식적인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견주와 반려견이 함께 할 공간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애견카페나 애견호텔, 사설 애견공원 등이 존재하지만 그 수도 부족할뿐더러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을 느끼는 견주들이 많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 무료로 운용하는 ‘반려견 놀이터’도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반려견 놀이터’는 단 두 곳으로, 어린이대공원과 월드컵공원 내에 있다. 올해 한 곳이 추가된다고 하는데, 견주들의 입장에선 ‘언 발에 오줌 격’이다. 다른 지자체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놀이터를 찾아가는 일 자체도 고역이다. 견주들은 그렇다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싶어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만큼 마음도 편치 않다. 이 같은 견주의 입장은 금연공간이 확대되면서 담배 피울 곳을 찾아나서는 애연가들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눈치를 본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정책은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정책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앞서가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변화된 생활환경만큼은 뒷받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들어 지자체마다 반려동물 복지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아직은 계획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1천만 시대, 이제 ‘반려견 놀이터’의 공간 확보를 위한 정책적 노력에도 탄력이 붙어야 할 시점이란 생각이다.
“어떤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가 동물을 대우하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떠올려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