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21세기의 고양이나 개들은 주인이 만든 사료를 먹지 않는다. 그들 대부분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사료를 먹는다. 공산품(工産品)을 소비하는 셈이다.
개의 경우, 견종(犬種)이나 나이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사료가 시장에서 시판되고 있다. 고양이 사료도 개 사료와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한 현대 사료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70~80년대 한국의 반려동물 대부분은 주인이 집에서 손수 만든 사료를 먹었다. 매일 같이 자신이 키우는 동물들의 사료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고 성가신 일이다.
어지간한 정성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당시 그런 귀찮음을 극복하지 못하면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동물을 자신의 집에서 키운다는 것은 아이 한 명을 키우는 일과 비슷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간다.
특히 고양이에게 주인이 만들어준 밥을 먹는 일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저녁 식사시간이 그랬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들을 밖에 풀어 놓고 키우곤 했다. 아침을 먹은 고양이들은 상당수는 집을 나와서 하루 종일 밖에서 놀다가 배꼽시계가 울리면 귀가하곤 했다.
집을 나간 고양이들이 다시 집으로 향하는 시간은 대략 오후 5~6시였다. 고양이의 귀가 시간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 생리적으로 고양이의 배가 고파질 시간이라는 점이다. 고양이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니 귀가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바깥세상의 재미가 좋아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내일을 기약해야만 한다.
둘째, 고양이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위해 집으로 가야할 시간이다. 자신이 골목의 지배자가 아닌 이상 어둠이 내리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안전상 좋은 일이다.
1970~80년대 집을 나간 고양이들을 귀가시킨 홈메이드 사료는 정성이 듬뿍 들어가 있었다. 고양이가 먹는 것이라고 해서 주인이 대충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집에서 만든 고양이 사료는 보통 생선을 활용한 것이었다. 생선과 밥을 버무려 만든 것을 고양이가 가장 좋아했다. 고양이의 최애(最愛) 사료였다고 할 수 있다.
어릴 적 키웠던 고양이는 사진 속 고양이처럼 치즈 태비였다. 2019년 10월 건대 앞 고양이 카페 샹그릴라에서 촬영 |
후각이 예민한 고양이는 주인이 자신의 밥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수 km 떨어진 지점에서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초저녁에 자신의 집에서 익숙한 냄새가 나면 고양이는 재빠르게 귀가했다. 그리고 부엌 앞에서 밥을 줄 때까지 고양이는 야옹거리면서 울어댔다.
홈메이드 고양이 사료는 충분히 식혀 주는 게 고양이를 위해 좋다. 뜨거운 것을 먹다가 고양이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양이가 배가 고파서 울면 주인은 부채를 꺼내 뜨거운 밥을 식혀주곤 했다.
현대사회는 편리함이 지배한다. 그래서 준비 과정 없이 전자레인지에 30초나 1분만 돌리면 먹을 수 있는 간편식도 많다. 반려동물 사료는 간편하게 캔만 따면 된다. 편리한 세상이다.
하지만 1970년대 자기 고양이를 위해 사료를 만들어주던 그 추억도 나쁘지 않다. 특히 고양이가 주인이 만든 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모든 귀찮음이 한 번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