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에게 사랑받던 시껌스의 모습. SNS 캡쳐 |
[노트펫] 동물 학대범에 다시금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11월 사실상 첫 실형 선고 이후 동물 학대범에 대해 벌금이 아닌 실형으로써 죗값을 치르게 하는 기조가 정착되는 모습이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 최혜승 판사는 17일 동물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50대 김 모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 모씨는 지난해 6월25일 새벽 경기도 화성의 한 미용실 앞에서 자고 있던 시껌스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를 바닥에 수차례 대기쳐 결국 죽게 만들었다. 이 모습은 미용실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시껌스는 처음엔 주민들의 사랑을 받던 동네 길고양이로 알려졌으나 실은 미용실 부부가 키우던 고양이었다. 이 부부가 2년 여 동안 시껌스를 집안에서 재우기도 하면서 돌봐왔고, 특히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에는 중성화수술도 해준 상태였다.
김 모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다음날 저녁 자신의 고양이 한 마리를 주먹으로 때려 죽인 혐의도 받았다. 분양받아온 고양이가 먹지 않고 반항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9월 시껌스를 그리워하면서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추모 꽃다발. 사진 동물자유연대 |
검찰은 지난해 7월 김 모씨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으나 각계의 분노와 처발 탄원이 잇따르면서 법원이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형량재조사 끝에 검찰은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에서 김 모씨에게 실형 6개월을 구형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은 연달아 두 마리의 고양이를 잔혹한 방법으로 죽게 했다"면서 "생명 존중의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 모씨 측이 순간적인 실수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판결 관련, "징역 4개월은 아직 부족하기만 한 것 같지만 벌금 일변도의 과거에서 사회의 변화와 시민의 요구에 따라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학대범이 시껌스와 고양이를 살해한 이후 새끼 고양이를 분양받고, 재판 진행 중 다시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학대범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물론 학대자의 소유권 제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9월 국회에서 동물보호법이 통과되면서 동물학대 처벌이 현재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조정됐다.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초부터 상향된 처벌 기준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