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책을 보면 단골손님 같이 자주 등장하는 민족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아마 만주족(滿洲族)이 아닐까 싶다. 만주족은 시대에 따라 숙신(肅愼), 읍루(挹婁), 물길(勿吉), 말갈(靺鞨), 여진(女眞) 등으로 불렸다가 조선 중기 이후부터 만주족으로 불렸다.
만주족이 17세기 초 중국 대륙에 세웠던 청(淸)의 국력은 바로 직전 제국이었던 명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대했다. 청은 이런 군사력과 경제력을 기반으로 주변국들을 차례로 복속시키면서 당대 세계 최강 제국임을 자처했다. 현재 중국의 광활한 국토의 국경선은 청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캉스독스 중국 황실에서 살던 페키니즈는 아편전쟁 때 전리품으로 영국 여왕에게 바쳐진다. |
청의 국력은 강희, 옹정, 건륭 3현제로 이어지면서 전성기에 달했다. 역사상 한 번 나오기도 힘든 유능한 황제들이 100년간 쏟아졌던 당시 청의 유일한 큰 골칫거리였던 것은 몽골이었다. 하지만 최후의 유목제국인 몽골계 준가르왕국도 건륭제 때 완전히 멸망하고 복속되고 만다.
3현제 시절 청은 거대한 영토와 많은 인구, 풍부한 물산으로 외국과의 교역이 필요 없는 완벽한 자급자족 경제를 이룩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청나라의 전성기는 건륭제 사후 막을 내리고 만다.
1839년 청은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보이면서 패배한다. 이후 청의 진짜 실력을 알게 된 서구열강들은 경쟁적으로 중국 침탈에 나서게 된다. 열강들의 침탈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중국 백성들에게 전가되고, 그 결과 중국 국민들의 삶은 극도로 곤궁하게 된다.
그로부터 100년 넘게 중국 역사는 발전보다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가까워지고 만다. 중국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암흑기가 시작된 것이다.
중국은 서구 열강들의 사실상 식민 착취와 이어진 잔인한 피의 제국인 일본과의 기나긴 전쟁, 국공 내전과 통일, 대약진운동의 참담한 실패 과정에서 수천, 수억 명의 자국민들의 생명을 잃게 된다. 중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악몽과 같은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혼란기에 사람들만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 황실의 보호를 받으며 천하태평을 구가하던 황실견인 페키니즈와 시추도 엄청난 수난을 겪게 된다. 그 개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을 지극 정성으로 알뜰하게 살펴주던 황실이라는 방패막이가 없어지고 만 것이다.
황태후의 치마폭에서 놀던 페키니즈가 외국으로 전파된 것은 외국군의 수도 점령과 약탈 행위 때문이다. 1856년 발생한 애로우호 사건을 계기로 발발한 제 2차 아편전쟁 때문. 당시 베이징 황궁을 침범한 영국군은 궁궐에서 약탈행위를 자행했다.
그런데 당시 점령군의 다양한 전리품 중 하나가 바로 페키니즈였다. 페키니즈는 개를 좋아하는 영국 여왕에게 바쳐진 점령군의 전리품이었다. 페키니즈의 역사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포스팅할 예정이어서 이번 글에서는 이 정도로 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