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드라마인 NHK아침드라마에서 자연스런 명연기로 일약 유명세를 탔다. 여세를 몰아 이번엔 영화 주연으로도 발탁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녀의 눈물연기는 모두를 울렸다. 이바라키현 출생이며 사사키프로덕션에 소속돼있다.'
얼핏 들으면 한창 뜨고있는 어느 여배우의 프로필같다. 그런데 이건 한 삼색털 고양이의 소개말이다. 섬세한(?) 연기로 천재 여배우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냥이, '도로프'란 이름의 삼색털 냥이다.
2010년생이니 만 5살정도, 사람 나이로 치면 30대 중반이다. 그래서 물오른 연기를 보여주는 것인지,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듯한 눈빛이 신비롭고 예쁘다.
이번에 도로프가 '미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영화 '선생님과 길잃은 고양이'가 다음달 개봉된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전직 교장선생님과 길냥이 '미이'의 이야기다.
물론 편집의 묘미를 잘 살려야 하는 동물 출연의 영화라지만 일반 예고편과 극장용 예고편 모두에 나오는 도로프의 연기는 그 짧은 시간인데도 애절함까지 전해져 온다. 특히 극장용예고편은 영화내용과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도로프'가 단독 주연이다.
2015년 10월 전직 교장선생님과 냥이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가 일본에서 개봉된다. 냥이는 대역없이 배역을 소화했다. 우는 연기가 일품이다. |
남자 주인공은 동네에서도 소문난 삐딱한 성격의 고지식한 사람이다. 냥이라면 질색이다. 그런 그의 집, 죽은 아내를 모셔놓는 작은 불단 앞에 길냥이 미이가 매일같이 찾아온다. 아내가 먹이도 주며 귀여워 했던 길냥이다.
그는 '널 볼때마다 죽은 아내가 생각난다구! 그러니 두 번 다신 오지마!'라며 미이를 쫒아내 버린다. 예고편 영상의, 마당에서 사라지는 미이의 체념한 듯한 연기를 보라.
그래서일까 동네 곳곳을 다니던 미이는 어느날 모습을 감추고 만다. 막상 쫓아 내고나니 미이가 신경 쓰이는 선생은 친하지도 않던 동네 사람들과도 어울려가며 함께 미이를 찾아나선다. 냥이 찾아 3만리, 미이 비슷한 냥이를 발견이라도 하면 필사적으로 쫓아 간다. 옷을 온통 적시며 강도 건너고 전봇대에 오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냥이를 찾아다니며 그가 체험한 건 죽은 아내에 대한 사랑과 동네사람들과의 정겨운 교류다. 결국 미이를 찾았을까?결과는 영화를 봐야만 알 수 있을테다.
이 영화는 '떠돌이냥이 미이, 지역냥이와 상점가 재생의 이야기'라는 논픽션이 원작이다. 마을의 재개발로 모여살 곳 마저 잃은 동네 길냥이들의 실종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원작자와 그의 어머니가 귀여워했던 길냥이 이름이 '미이'였다. 여기에 이야기를 덧붙여 영화화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도로프'출연의 드라마나 영화 모두 대역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보통은 몇 마리 닮은 동물을 출연시키는데 이런 일은 세계최초라고 한다.
이만하면 배우 소질있는 냥이가 따로 있다 해도 되지 않을까? 도로프의 형제 고양이 2마리도 같은 소속사에 소속돼 있는 걸로 봐도 배우 혈통을 타고난 것이 틀림없다. 연말의 시상식에 여우 주연상 받는 냥이를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