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현행 법체계가 동물보호문화 형성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현 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장(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11일 법률저널에 실린 '동물 처우 개선하자' 칼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공원의 사슴과 염소가 밀반출돼 농장에 판매된 일. 여름 휴가철의 유기동물 발생, 쓰레기 종량제 봉투 속에 버려지 강아지 등등.
김 변호사는 "동물에 대한 가혹행위와 유기가 우리에게는 더 이상 낯선 뉴스가 아니다"며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가 미흡한 상태에서 만연하는 가혹행위와 유기를 통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라 운영의 기본이 되는 법체계부터 미흡한 점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물에 대한 대우가 그것이다.
독일은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해 놓고 있다. 유럽연합은 동물에게 고통, 상처,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등 5가지 자유를 보장하도록 원칙을 세우고 있으며 자유를 보장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게 된다.
미국에서는 동물의 종류와 상황에 따라 매우 세부적인 법제가 마련돼 잇고, 동물을 학대했을 경우 강력한 처벌은 물론이고 죽을때까지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할수도 있다.
김 변호사는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민법상 동물을 생명체이라기보다는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물건처럼 규정하고 있다"며 "동물보호법 또한 동물의 보호보다는 사람이 동물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내용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물을 생명체보다 주인의 소유물 내지 관리 대상으로 보고 있으니, 동물에 대한 학대의 처벌 수위도 가볍다"며 "이러한 법 제도가 동물 보호를 실현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물의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는 사람의 생명까지 경시하는 풍토로 이어질 위험을 간과할 수 없다"며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 동물의 처우를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