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키우고 있는 요크셔테리어 |
[노트펫] 설치류(rodent)는 쥐목(目, order)에 속하는 동물들의 총칭이다. 이들은 평생 앞니가 자란다는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호두, 도토리 같은 단단한 껍질을 깰 수 있는 설치류의 앞니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이지만 마치 양날의 검처럼 반대급부도 가지고 있다.
앞니는 계속 자라는 특징 때문에 충분히 사용하여 마모시키지 않으면 설치류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흉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설치류는 살아남기 위해서 나무 같은 주변의 단단한 물질들을 찾아서 이를 지속적으로 갉아댄다. 이러한 쥐의 습성은 사람들이 사는 주택에는 심각한 피해로 연결된다. 이는 사람들이 쥐를 싫어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캔디를 마치 도토리처럼 갉는 다람쥐, 2018년 5월 그랜드캐년에서 촬영 |
집고양이들의 선조들은 설치류를 자신의 주된 먹잇감으로 삼고 살았다. 그래서 설치류들은 본능적으로 고양이 냄새가 나는 곳은 출입을 삼가고 다니지 않는다. 고양이라는 동물의 존재는 주변의 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나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시절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 나비는 심각한 쥐의 피해를 막아주던 든든한 존재였다. 하지만 나비가 갑작스레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자 집안 곳곳에는 과거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쥐의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필자는 부모님에게 고양이를 다시 키우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부모님은 지인이 키우시던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왔다. 외국 이민을 앞둔 그 분의 입장에서는 부모님은 천사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두 마리의 개들이 집에 왔다. 푸들(poodle)과 요크셔 테리어(Yorkshire Terrier)였다. 당시 집 마당의 바닥은 화단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잔디나 흙이 아니었다. 시멘트가 발라져 있었다. 그러니 날씨가 좋은 날에는 마당에 개를 풀어 놓아도 개들의 몸이나 발이 더러워지지 않았다. 놀이를 마친 개들의 발바닥은 수건으로 닦아주면 그만이었다. 아파트에서 살다가 마당이 있는 집에 이사 온 개들에게 마당은 꿈에 그리던 이상적인 놀이터였다.
지인이 키우고 있는 푸들 |
그러던 어느 날, 마당 한 구석에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게 들렸다. 요크셔 테리어가 쥐 사냥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매일 같이 그런 일이 반복되었다. 마침내 집에서는 쥐의 흔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푸들은 쥐 사냥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요크셔 테리어는 산업혁명 이후 영국의 공장에서 들끓던 쥐를 없애기 위한 용도로 개량된 쥐 사냥개(ratter)였다. 요크셔 테리어는 하늘이 내려준 쥐 사냥꾼인 고양이보다 사냥 실력이 뒤져도 개들 중에서는 거의 정상급 수준의 쥐 사냥 실력을 가진 개라고 할 수 있다.
직접 사냥을 하는 수렵견(狩獵犬) 출신 요크셔 테리어와는 달리 푸들은 조렵견(鳥獵犬) 출신이다. 엽사(獵師)가 사냥한 새를 물고 오는 게 임무였다. 리트리버(retriever)들의 임무와 거의 비슷한 일을 하던 개였다. 그러니 푸들에게 쥐 사냥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