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예술작품 같이 아름다운 고양이, 2019년 9월 서울에서 촬영 |
[노트펫] 특정 상품이 뛰어난 예술성을 가지고 있으면 작품(piece)이라고 한다. 그런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대가(master)의 손길과 숨결이 닿아 상당한 수준에 오른 작품은 걸작(masterpiece)이라고 한 단계 높여 부른다.
그런데 현대인들의 주변에도 걸작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고양이라는 살아있는 걸작이 존재한다. 고양이라는 걸작을 만든 이는 누구도 극복하기 어려운 위대한 마스터인 대자연이다. 대자연은 인류에게 멋진 선물을 만들기 위해 수십만 년 동안 공들여 고양이라는 걸작을 만들어냈다.
인류는 매우 까다로운 성격을 가진 생명체다. 실용성도 중시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름다움도 추구한다. 만약 인류가 쥐를 잘 잡는 동물만 찾았다면 지금까지 고양이가 인류의 옆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족제비 종류의 동물들도 고양이 못지않게 쥐를 잘 잡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그 어떤 동물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그 어떤 동물도 고양이를 상대로 외모 경쟁에서 이기기는 어렵다. 고양이는 예술성 100점의 살아있는 예술작품이라고 칭해도 과분하지 않다.
아름다움에 민감한 인류는 위생에도 예민하다. 예외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저분한 것이라면 참지 못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고양이는 사람에 못지 않게 위생을 강조하는 편이다. 인류와 고양이는 지저분한 것은 참을 수 없는 독특한 공통점이 있는 셈이다. 궁합이 맞는 동물이다.
족제비의 일종인 검은발페릿, 브리검영대학교 박물관, 2018년 6월 촬영 |
사람의 후각은 다른 생명체에 비해 떨어진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자신이 맡기 싫어하는 냄새에 대해서는 극도로 민감한 편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은 다른 동물들의 몸에서 나는 체취(體臭)나 분변에서 나는 냄새에 적응하지 못한다. 수천 년 전 족제비가 고양이와의 경쟁에서 탈락하고 만 것도 족제비 특유의 악취 때문인 것으로 전해질 정도다.
고양이도 물론 냄새는 난다. 하지만 고양이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낮은 수준의 냄새가 난다. 동물의 냄새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고양이는 초연(超然)하다. 국어사전에는 초연을 “어떤 현실 속에서 벗어나 그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젓하다”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고양이는 바로 그런 초연한 성격을 가진 동물이다. 아마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고 이해할 부분이다.
이러한 고양이의 초연함은 고양이는 때로는 세상 모든 일을 아는 것 같이 보이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심지어 고양이에게 보호를 받고 위로를 받고 싶은 생각까지 들 때도 있다.
단순히 쥐를 잡는 용도로만 고양이를 찾았다면 인류와 고양이의 관계는 벌써 종료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사냥꾼 이전에 외적인 아름다움과 내적인 영혼의 깊이 그리고 뭔가 모를 신비스러움을 보유하고 있는 매력적인 동물이다. 그러니 인류가 살아있는 보석 같은 동물인 고양이를 놓칠 수 없었던 것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