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폭행 사건에서 드러난 데이트 폭력
[노트펫] 헤어지자고 요구하는 여자친구에게 몰래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집에 찾아가 가족들 보는 데서 반려견을 마구 폭행한 2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당초 동물학대로 수사가 시작됐다가 수사 과정에서 성범죄까지 밝혀진 경우다. 동물을 향한 범죄가 동물에게만 그치지 않는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김유랑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사회복무요원이던 A씨는 올해 3월14일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에게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보여주면서 "영상을 SNS와 지인들에게 뿌리겠다"고 협박하면서 영상을 여자친구에게 여러 차례 전송했다.
며칠이 지나 A씨는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여자친구가 키우던 반려견의 머리를 벽돌로 수 차례 내리쳤다.
공포를 느낀 여자친구가 이를 피하려 반려견을 안고 달아나자 쫓아가 폭행하기도 했다. A씨에게 맞은 반려견은 머리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폭행이 있던 날 여자친구 가족의 신고로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은 처음에는 동물학대혐의로 A씨를 불구속 수사했으나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협박당했다"고 진술하면서 데이트 폭력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한 가운데 지난 9월 열린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A씨와 검사 양측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연인 관계인 피해자 의사에 반해 알몸을 촬영하고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며 또 "피해자의 반려견을 벽돌로 폭행하는 등 범행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피고인은 과거 성범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면서 "여러 정황을 종합했을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