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막(Sonmarg)계곡으로 이틀간의 캐시미르 트레킹을 떠났습니다. 라닥의 레로 가는 길은 차로 3시간이나 달려가서야 멈췄습니다. 천산북면 자락을 보는 듯 넓은 초원이 융단같이 펼쳐져 있습니다. 반면 계곡과 비탈진 산기슭은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어 마치 캐나다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손막계곡은 힌두교의 주요 성지 중 하나입니다. 힌두교에서 왜 갠지스가 중요한지 알고 있다면 문제 풀이가 쉽습니다.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모여 갠지스강을 이루고, 북인도를 적시며 동쪽 벵골만으로 빠져나갑니다.
인도의 젖줄이며 생명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갠지스강에서 씻으면 죄가 씻긴다고 하여 사람들은 여기에서 목욕을 하고 심지어는 화장을 하여 저승가는 길에 죄를 모두 씻고 좋은 생명체로 태어나길 기원하기도 합니다.
강의 시원이 꼭 하나일 수는 없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가르왈 히말라야의 고묵빙하입니다. 그 곳엔 쉬블링, 바기라티, 메루 등 날카로운 봉우리들이 있고 이 봉우리에서 흘러내린 빙하가 커다란 구멍을 내며 물을 콸콸 쏟아내는 그 지점이 가장 유명한 힌두교의 성지, 고묵입니다. 손막계곡 상단에도 빙하가 있습니다.
빙하로만 보면 빙하 중하단 부위로 잡석과 섞기고 모레인 지대로 변성되기 전의 불량한 빙하지대입니다. 여기서 흐르는 물이 흘러 흘러 갠지스강에 합류하니 이 곳도 성지가 되어 인도 사람들의 방문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이 타는 말의 똥과 쓰레기가 성지를 빛내기 보단 오염을 시키지만 마음 속 갈망은 여전한지 말은 꼬리를 물고 빙하로 향합니다.
저는 계곡 옆에서 캠핑을 했습니다. 길게는 7일간으로 7개의 호수 트레킹을 하며 지나게 됩니다. 그러면 저 산 넘어 반대편 계곡에서 트레킹은 끝이 나게 됩니다. 4일간의 트레킹 첫날은 손막계곡에서 시작된 사면을 타고 넘어 다음 능선이 시작되는 초원지대에서 캠핑을 합니다.
다음 날은 산을 돌아 호수에서 캠핑을 합니다. 셋째 날은 두 번째 호수까지 다녀온 후 같은 장소에서 캠핑을 하고 마지막 넷째 날은 온길로 되돌아 하산합니다. 하산 후에는 차를 타고 3시간을 달려 다시 스리나갈로 돌아옵니다.
나에게 주어진 트레킹 시간은 이틀… 3일 일정의 트레킹을 3일에 맞게 끝낼까? 그러나 하늘의 별이 저를 유혹했습니다. 텐트 문을 열고 침낭 밖으로 목만 뺀채 새벽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머리가 시리고 코가 시려 잠시 폭 뒤집어 썼다가는 다시 고개를 내밀어 하늘을 바라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삶을 그리 급하게 살아,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루 낮잠을 즐겨봐?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 10시가 넘어 햇빛이 긁어대는 등살에 못 견디고 일어났습니다. 가져다주는 캐시미르 티 한잔과 점심을 먹고 산행을 위해 집시를 찾아 나섰습니다. 이들은 산에사는 사람을 집시라고 합니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산다는 뜻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집시가 아니라 산악 유목민입니다.
록산나의 부족은 알렉산더를 쫓아왔다가 알렉산더가 죽고 힌두 세력이 확장되면서 다시 익숙한 산으로 잠적했을 것입니다. 이들이야 말로 예부터 내려오는 생활을 이어가는게 아닌가?
집시 무리는 따뜻한 산마루에 남향집을 1열로 지어놓았습니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온 가족이 함께 잘 수 있는 돌로 지은 허름한 집, 아기 엄마는 애 둘을 양 옆으로 껴안으면서도 카메라를 마다하지 않고 미소를 지어줍니다.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아는 모양입니다.
다시 텐트로 돌아와 낮잠을 3시간이나 더 잤습니다.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 등산화를 신고 빙하를 열심히 올랐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렇게 3시간의 빙하를 구경하고 내려왔습니다. 다시 누워 잠을 청하니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급하게 돌아가든지, 가로질러 가든지, 시간이 되면 모두 그 자리에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