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철제 울타리를 낑낑대며 결국은 타고 넘어온 유기견의 모습에 발길을 돌리던 자원봉사자는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전라북도 군산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세영 씨는 지난 3일 보호소의 소형견사를 찾았다.
지난 3월 군산의 아파트 단지에서 구조했던 웰시코기 믹스견이 최근 견사를 옮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구조 당일 자원봉사자는 다른 일정 때문에 서희와 몇 시간을 차 안에서 함께 보냈다. |
구조 당일 다른 일정 때문에 차 안에서 4시간 가량을 함께 지내서 더 정이 들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 이름을 따서 '서희'라는 이름을 붙여줬더랬다.
넓다란 운동장에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이름을 불러주고 쓰다듬어 주면서 잠시나마 즐거운 한때를 보낸 세영 씨. 다른 강아지들처럼 꼬리를 흔들며 쾌활한 모습에 잘 지내는가 싶어 마음이 어느 정도 놓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소형견사를 나와 다른 견사로 이동하려할 때였다. 아래로 내려가는 세영 씨를 따라 울타리 옆으로 따라오는 서희. 잠시 발걸음을 멈추니 울타리 살을 잡고 일어서서 낑낑대기 시작했다. 꼬리도 마구 흔들어댔다. 누가봐도 안아달라는 몸짓이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동하려 할 때 서희도 문앞까지 따라나와줬다. |
자원봉사자를 따라 울타리 옆으로 따라온 서희. 서희는 못내 아쉬운 듯 울타리를 붙들고 섰다. |
더이상 따라갈 수 없는 울타리의 끝. 서희는 갑자기 울타리를 타고 넘었다. |
그렇게 아쉬움을 표시하던 서희. 울타리 끝에 다다라 더이상 따라갈 수 없게 되자 울타리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설마설마하는 순간에 서희는 정말 울타리를 타고 넘어왔다.
그런 녀석을 안아서 다시 넣으면 또 뛰어넘고, 그렇게 몇번을 반복했다. 그런 서희를 보는 세영 씨의 눈에서는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세영 씨는 더하면 서희가 다리를 다칠 것같아 잠시 서희에게 울타리 바깥 산책을 시켜주는 것으로 달래주기로 했다. 자유롭게 풀어줘도 멀리 가지 않는 서희. 흙냄새를 맡다가도 자기 이름을 부르면 쪼르르 다가왔다.
산책하는 동안 잠시 차에 데리고 갔다가 세영 씨 마음은 더 먹먹해졌다. 구조 당일 차에 탔던 기억 때문인지 서희는 자꾸 차에 타려 들었다. 아마 차에 타면 집에 갈 수 있는 줄로 알았던 모양일까.
하지만 함께 갈 수는 없기에 차 문을 굳게 닫아야만했다.
서희는 이제 2살 정도됐다. 깨끗한 몸에 똘망똘망했던 눈빛으로 잠시 집을 나왔겠거니 했지만 보호소 공고 기간까지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를 보고 반가워하는 서희. |
보호소에서 지낸 지 한 달 반의 시간이 지난 상태. 군산유기동물보호소의 환경은 여타 보호소보다 낫다지만 이렇게나 사람을 따르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세영 씨는 "서희가 아쉬움에 울타리를 넘어온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며 "다행스럽게도 서희는 며칠 지나지 않아 입양을 갔다고 들었다. 부디 새가족들에게 평생 사랑받으며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