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터널 속을 10시간 헤맨 끝에 잿빛이 된 반려견 루시. [출처: Marc A. Hermann / MTA] |
[노트펫] 경찰, 지하철 직원, 시민들이 힘을 합쳐서 10시간 수색한 끝에 지하철 터널 속으로 사라진 반려견을 무사히 구조했다고 미국 피플지(誌)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전 말론(76세)은 미국령 카리브해 섬 푸에르토리코에서 구조된 ‘루시’를 7년 전 입양했다. 루시는 그때부터 말론의 정서안정견으로 할머니의 곁을 지켰다.
그런데 할머니가 지난 주 팔과 다리 골절로 입원하게 되면서, 할머니의 딸 몰리 말론이 루시를 돌보게 됐다. 몰리와 친구가 루시를 돌봐주고 있었는데, 지난 8일 오전 11시경 루시가 뉴욕 주(州) 맨해튼 아파트에서 도망쳤다.
딸 몰리는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루시가 과거에 학대를 당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두려워한다.”며 그래서 도망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할머니가 입원한 사이에 할머니의 딸이 루시를 돌봤지만, 루시는 할머니를 찾아서 가출했다고 한다. |
루시를 목격한 사람들에 따르면, 루시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 아래로 내려간 후 수위의 눈을 피해서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 루시는 차량으로 붐비는 뉴욕 고속도로를 무사히 건넌 후 지하철 챔버스 스트리트 역과 프랭클린 스트리트 역 사이를 배회했다.
루시가 도망친 것을 뒤늦게 안 몰리와 친구는 루시의 이름을 외치면서 거리와 지하철 역 주변을 찾아다녔다. 그 사이 방황하던 루시는 챔버스 스트리트 역으로 들어가서 미궁 같은 터널 속으로 사라졌다. 자칫 지하철 치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승객들이 견주 없이 돌아다니는 루시를 유심히 보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통공사(MTA)는 루시가 목격된 철로의 전력을 차단하고, 지하철 운행을 잠시 중단했다. 그리고 경찰과 MTA 직원들이 수색에 나섰다. 루시를 본 승객들도 자원해서 수색에 동참했다.
호제 보니야 MTA 지하철 운행관리자(오른쪽)이 터널 속에서 루시를 구조한 공로로 상장을 받았다. 왼쪽부터 석고붕대를 한 루시와 할머니의 딸 몰리다. |
루시의 모험은 10시간 만에 끝났다. 호제 보니야 MTA 지하철 운행관리자가 당일 오후 9시경 34번가에서 루시를 찾았다. 몰리는 사우스 페리 역에서 초조하게 기다린 끝에, 꾀죄죄해진 루시를 품에 안았다. 반려견의 오른쪽 앞발 발톱이 부러졌지만, 루시는 무사했다.
몰리는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지친 루시는 내 옆에 숙녀처럼 얌전히 앉아있었다. (집에 돌아온) 루시는 물을 잔뜩 들이켰다.”고 귀띔했다.
루시는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을 구해준 호제 보니야 MTA 지하철 운행관리자(왼쪽)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
몰리가 잿빛이 된 루시를 여러 차례 씻긴 후에야, 예전의 루시로 돌아왔다. 무사히 모험을 마친 루시는 훈장처럼 석고붕대를 하고 지난 10일 할머니를 만났다는 후문이다.
MTA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루시를 구조한 보니야 운행관리자에게 상장을 수여했다. 물론 루시와 몰리도 그 자리에 참석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몰리는 “그렇게 많은 분들이 돕겠다고 자원한 데 대해 정말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